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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못 번다" 이제 옛말…개미들 뭉칫돈 몰리는 곳이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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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

고배당 ETF, 배당소득 분리과세 분위기 타고 수익률 상승
"코스피 배당성향 25%…배당유인 가능성 커져"


최근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정 움직임에 힘입어 배당에 초점을 맞춘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는 대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배당주의 인기가 높지 않았지만 주주환원정책과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추진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련주(株)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200에 투자하는 'KODEX 200'을 제외하곤 한화자산운용의 'PLUS 고배당' 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PLUS 고배당주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배당 ETF 중 최대 규모 상품으로 '한국판 슈드(SCHD·미국 대표 고배당 ETF)'로 불린다. 미래 예상 배당수익률이 높은 상위 30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한다. 절반 이상이 은행·보험·증권 업종이다. 주요 편입 종목에는 기아, 현대차, SK텔레콤 등 배당성향이 높은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새 정부 들어 수익률은 21.2%, 올 들어서는 45.7%에 달한다.

'PLUS 고배당'에 이어 'KODEX 금융고배당TOP10타겟위클리커버드콜',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 KODEX K방산TOP10, KODEX 증권, TIGER 은행고배당이 상위에 올랐다. KODEX 증권 역시 새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관심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방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고배당 ETF에 대부분의 자금이 몰렸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상법 개정안 통과에 더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 도입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통해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할 계획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을 경우 배당소득세를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 과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세율은 연 2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경우 22.0%, 3억원 초과 시 27.5%다.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하라면 기존대로 15.4%를 적용받는다.

현행 소득세법은 배당과 이자 같은 금융소득에 대해 연 2000만원까지 15.4% 세율로 원천징수하지만 2000만원 초과 시에는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해 최고 49.5%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낸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통과되면 3억원을 초과하는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이 최대 22%포인트가량 줄어든다.

증권가에선 상법 개정안에 이어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코스피 강세장의 또 다른 동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될 경우 기업들이 배당성향을 높일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먼저 오르는 건 시장의 기대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코스피지수는 4.7% 올랐는데 최근 5년간 배당을 하지 않은 종목들의 이 기간 상승률은 평균 2.4%로 코스피 상승률의 절반에 그쳤다.

최근 5년 평균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종목들은 주가가 6.2% 올랐고, 배당성향이 20~35% 사이인 종목들은 8.3% 올라 코스피 수익률을 뛰어넘었다. 이미 35%를 넘은 기업들보다 앞으로 배당성향을 35%로 올릴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해 기대가 더 컸다는 의미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최근 10년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는 10.3배로 전 세계 평균인 16.3배의 약 37% 멀티플(평가 배수) 할인이 있다"며 "배당성향이 높아질수록 전세계 시장과의 괴리는 축소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세제 개편안이 시행된다면 코스피의 상승 가능성은 더 높게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상 투자자들이 분리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배당성향이 35%를 넘는 상장사를 매수해야 한다. 코스피에서 배당성향이 35%를 넘는 종목 비율은 실제 꾸준히 늘고 있다. 2000년대 14.5%, 2010년대 18.1%, 2020년대 20.6% 수준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예상순익은 206조원 내외로 지난해 배당 50조원을 유지하면 배당성향은 25%"라며 "이 때문에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통과된다면 배당성향은 여기서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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