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매' 대상이던 일본 상품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평이다. 일본에 대한 적대감과 거부감이 수그러들면서 일본 상품 판매뿐 아니라 여행 수요까지 늘었다고 분석했다.
18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총 4만3676톤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2% 늘어난 것으로, 기존 역대 최대인 2018년의 상반기 수입량 4만2962톤을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 2018년 8만6676톤으로 정점을 찍은 일본 맥주 수입량은 2019년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불매 운동인 '노(NO)재팬' 운동이 확산하면서 2020년 6490톤, 2021년 7751톤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기존 기록을 경신하며 '노재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국내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아사히, 삿포로, 기린 등 일본 맥주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한 영향이다.
삿포로, 에비스 등을 수입하는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베버리지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늘었다.

GS25가 더현대서울에 팝업스토어를 낸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 잡화점 '돈키호테'에도 새벽부터 '오픈런'이 벌어지는 등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서 입장 등록이 오후 이른 시간에 연일 마감되고, 상품도 조기에 품절됐다.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기준 총 1만명이 넘게 이곳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롯데백화점이 잠실 애비뉴엘점에 처음 팝업스토어를 연 일본 편집숍 '빔스'도 입장까지 두 시간을 잡아야 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브랜드 '요시다 포터' 외에 그와 흡사한 디자인의 가방을 내놓으며 다시 주목받은 유니클로 역시 매출을 회복했다. 유니클로의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원 클럽에 재입성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 도요타와 고급 모델 렉서스를 판매하는 한국도요타자동차도 지난해 신차 효과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보다 43.4% 급증한 1조2645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는 지난 수년 동안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으로 일본 여행이 증가하면서 '노재팬' 여파가 누그러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882만명이다. 한국 전체 국민 6명 중 1명이 일본을 찾은 것. 일본 전체 외국인 관광객(3690만명) 중에는 한국인이 24% 비율로 1위다.
일본은 한국인 해외여행자 3명 중 1명꼴로 다녀올 만큼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여행 국가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해외여행을 간 사람 중 34%는 일본을 찾았다. '노재팬'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급감했던 2019년 24%와 비교하면 10%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일본 브랜드, 캐릭터 등과 협업도 활발하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일본 인기 푸딩 '저지우유푸딩'은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넘어 디저트 카테고리 매출 1위, 일본 제과 브랜드 '후지야'와 협업한 '페코짱 밀키카라멜'도 소프트 캔디 카테고리 매출 2위에 올랐다.
CJ올리브영도 이달 한 달 동안 매장 곳곳을 일본의 '산리오' 캐릭터로 꾸미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