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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大 총장 "의대생 2학기 복귀"…일부 교수들 "과도한 특혜" 보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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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총장 모임서 합의

형식적 유급 조치 시행하지만
학칙 바꿔 정상 진급 허용 '꼼수'
1학기 복귀자와 형평성 논란도

전국 40개 의대가 ‘수업 거부 투쟁’으로 유급·제적 대상인 의대생을 올해 2학기 수업에 복귀시키기로 했다. 하반기에 1년치 수업을 몰아 듣는 방식으로 내년 초 다음 학년으로 진급할 길을 열어주면서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전국 의대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17일 긴급회의를 열어 의대생 복귀 방안과 관련한 의견을 들었다. 최근 의대생단체가 “전원 복귀할 테니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각 대학이 의대생을 2학기 수업에 복귀시키려면 유급·제적 대상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의대는 학사 일정이 1년 단위로 진행된다. 올해 1학기 유급 처분을 받으면 원칙적으로 내년에나 복학이 가능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의대생 1만9475명 중 유급·제적 대상 의대생은 8351명에 달한다.

대학들은 의대생 학적에 올해 ‘1학기 유급’ 기록은 남기면서도 2학기부터 수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학칙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 1학기에 정상 진급할 길도 열어준다. 방학 기간 추가 수업을 개설하는 등의 방식으로 내년 3월 새 학기 전까지 의대 1년 과정을 몰아서 들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교양 수업 위주인 예과 1·2학년은 내년 3월 정상 진급할 수 있다. 본과 1학년과 본과 2학년은 2029년 2월, 2028년 2월에 각각 학부 과정을 졸업하게 된다. 본과 4학년은 한 학기 수업을 더 듣고 내년 8월 졸업할 수 있다.

유급의 사전적 의미는 학교에서 상위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는 것을 의미한다. 의총협의 이번 결정에 따르면 의대생들은 사실상 유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의료교육계 관계자는 “특혜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급이 2~3번 쌓이면 제적 사유가 되고 1학기 때 낸 등록금도 날아가는 만큼 ‘페널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의총협은 이날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교육부와 만나 2학기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의대생의 복귀 선언에 대해 “교육당국이 필요한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한 만큼 교육부 차원에서도 각 대학의 교육 여건과 학사 상황을 고려해 행정·재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연세대 의대 주요 보직 교수들은 최근 의대 학과장에게 집단으로 보직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급 대상자를 포함한 미복귀 학생을 2학기 복학시킬 경우 1학기에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기복귀자와 2학기 복학하는 의대생들이 함께 수업을 들을 경우 기복귀자에 대한 ‘집단 괴롭힘’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크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2학기와 방학 기간을 합쳐 1년치 수업을 몰아서 하면 교육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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