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참여연대 등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이 사건은 2020년 6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회장 불기소와 수사 중단을 권고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강행했고, 이 회장과 삼성은 속절없이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신성식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허점이 너무 많았는데 정해진 방향이 있어 돌이키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한동훈 3차장이 수사에 착수했고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장이 기소를 담당했다는 점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특수수사 경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한 이들이지만, 잘못된 수사와 기소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검찰을 비롯한 수사당국의 강한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 회장이 지난 10년 동안 재판에 출석한 횟수만 185회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경영에 전념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지금 삼성이 마주한 위기는 이런 외부적 불확실성이 총체적으로 겹친 결과로 봐도 이상한 것이 없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실기하면서 인공지능(AI) 붐에 편승하지 못했고 야심 차게 추진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D램 메모리 시장 1위 자리까지 SK하이닉스에 내준 상태다. 이 회장은 최종 무죄를 계기로 그룹 안팎의 묵은 때를 훌훌 떨쳐내고 삼성을 21세기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한 야성과 도전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다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대담한 청사진과 실행 로드맵을 정립해야 한다. 삼성의 쇄신과 역동성 회복은 우리 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