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형 조선사 대한조선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한때 산업은행 관리를 받는 등 경영상 어려운 시기를 거쳤지만,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상태다.
왕삼동 대한조선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 간담회에서 "상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대한조선의 전신은 1987년 설립된 신영조선공업이다. 2004년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수에즈막스·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셔틀탱커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종을 건조했다.
대한조선은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조9263억원에 달한다. 공모 규모도 5000억원에 육박한다. 대한조선은 2009년 건설·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 대상이 됐고, 산업은행 관리를 거쳐 2022년 국내 투자회사 KHI가 새 주인에 올랐다.
대한조선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선박 건조에 필요한 블록의 모든 생산 공정을 내재화해 안정적으로 품질 관리를 할 수 있어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탠덤 공법도 장점으로 제시했다. 탠덤 공법은 독에서 한 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동시에 여유 공간에서 후속 선박의 일부분을 함께 건조해 공간 활용성 및 생산량을 높이는 방법을 말한다. 독 회전율을 높여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 독 회전율은 경쟁사 대비 약 18% 높다고 밝혔다.
작년 기준 대한조선의 매출액은 1조746억원, 영업이익은 1582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32%, 340% 불어났다. 영업이익률은 14.7%로 국내 조선사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22.7%로 지난해 수치를 웃돌고 있다.

또 액화천연가스(LNG)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 이중연료(DF, Dual Fuel) 추진 기술과 탄소 포집 설비(OCCS)까지 적용 가능한 친환경 설계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조선은 2020년 이후 수주한 선박 60척 중 절반이 넘는 35척에 이중연료 기술을 적용했다. 환경 규제에 선제 대응하며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왕 대표는 "해외 선사들은 선박을 20년 이상 운용해야 하는 핵심 자산으로 보는데, 대한조선의 배는 연료 소모량이 적은 데다 유지보수 수요도 적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해상 유전에서 항구로 원유를 실어 나르는 선박인 셔틀탱커 건조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셔틀탱커는 다이내믹 포지셔닝 시스템 같은 특수 장비가 필요해 일반 유조선 대비 선가가 최소 50% 비싸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내년 인도할 선박은 올해에 비해 감소하겠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편성됐기 때문에 실적은 꾸준히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대한조선은 이날까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오는 21일 확정 공모가를 발표할 계획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4만2000~5만원이다. 공모가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1조6181억~1조9263억원이다. 공모주 물량은 총 1000만주로 신주모집이 800만주, 대주주 KHI가 내놓은 구주매출이 200만주다. 공모가 하단 기준 3325억원을 조달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절반은 채무상환 자금으로 활용된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을 맡았으며 신영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다. 상장 예정일은 8월1일이다. 상장 당일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 수의 22%(848만주)다. 상장 후 6개월 뒤 2대 주주인 안다H자산운용(AH프로젝트일반사모투자 신탁제10호신탁)의 보호 예수가 풀린다. 안다H자산운용은 959만302주를 갖고 있다. 다만 대한조선 측은 안다H자산운용이 보유한 지분은 시장에 단번에 풀리기 어려운 물량인 만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등 방식으로 매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