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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평생 노안 소리 들었는데 이제 역전…기다렸던 순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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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10년 만에 스크린 복귀
"상징성 큰 캐릭터, 처절함으로 설득"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 안 해"
"부제를 붙이자면 '모험의 시작'"

"평생 노안 소리를 들어서 언제 동안 되냐고 했었는데 30대 후반이 되자 '30대 중반 같다'는 소리를 들어요. 인제야 역전이 된 것 같아요. 기다려 왔던 순간입니다. 하하."

연예계에서 19년이란 시간을 견뎠다. 유연함 속에 소신을 품었다. '한류스타'로 오랜 기간 군림해 온 배우 이민호의 이야기다.

그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2016년 '바운티 헌터스: 현상금 사냥꾼' 이후 약 10년 만이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그는 회귀를 반복하며 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주인공 '유중혁' 역을 맡았다. 강렬한 액션과 냉철한 판단력, 고독한 신념을 가진 캐릭터는 마치 그를 위해 준비된 역할처럼 느껴진다.

17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이민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평가를 기다리는 느낌"이라며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오롯이 그의 선택이었다. 그는 "20대 때 혼자 생각한 부분이 있었는데, 극장에서 감정 해소나 깊은 이야기를 느끼고 싶을 때 영화를 찾게 되더라. 20대 배우가 나오는 작품보다는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찾다 보니, 20대 때는 영화를 일부러 멀리했고 30대가 되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병우 감독은 "이민호가 아니었다면 유중혁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를 극찬했다. 실제로 이민호는 원작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가상 캐스팅 1순위였다.

"그 부분이 가장 큰 허들이었어요. 원작을 봤을 때 캐릭터가 갖는 상징성과 의미가 크다는 걸 인지했죠. 그만큼 부담스러운 캐릭터였고, 싱크로율에 대해서는 제가 판단하기보다는 관객들이 '이 정도면 괜찮다'고 평가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등 만화적 색채가 짙은 작품 속 캐릭터를 자주 연기해온 그는 "작품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오글거린다고 느낀 적이 없다. 이번 작품도 그런 지점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기존 작품에서는 캐릭터 서사가 순차적으로 병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작품은 큰 서사를 보여주기보다는 세계관의 설득력을 유중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어가는 구조라 그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유중혁이 멋진 캐릭터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과연 멋있는 지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접근했다. 감독에게도 계속 '더 처절해야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처절함이 클수록 더 설득력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작품을 하면서 한 번도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극 중 어떤 장면이 멋져 보이는 것이지, 저는 결핍이 클수록 오히려 멋져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맡아왔던 캐릭터들 역시 대부분 결핍이 있었고, 여주인공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고 사랑을 주는 모습에서 멋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묻자 그는 "앞으로 전개가 된다면 더 멋있어 보일 수 있는 지점이 나올 것 같다. 지금 '전지적 독자 시점'에 부제를 붙이자면 '모험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중혁은 김독자에게 동경의 대상이고, 소설의 주인공이기에 그의 시선에서 제가 멋져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아직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작품 속 분량이 아쉽다는 반응에 대해선 "작업할 때 분량보다는 캐릭터의 존재 의미나 극 안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파친코'를 통해 그런 부분을 경험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후반이 된 그는 지금이 가장 만족스러운 시기라고 했다. 그는 "20대 초반은 경험의 시기였고, 후반은 정리의 시기고 지금은 다시 경험하는 시기 같다"며 "책임감을 가진 상태에서 자유를 꿈꾸는 게 지금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20대 때의 경험으로 지금까지 10년 넘는 세월을 채워왔고,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로 나를 채워야겠다는 마음이 발현됐어요. 10년 뒤를 바라봤을 때도 건강하게 잘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보통 주저할 만한 일에도 겁이 없어요. 새로운 환경에 저를 던지는 걸 좋아하고, 그 경험으로 에너지를 채우는 걸 잘 즐기거든요."

이민호는 사생활 논란 하나 없이 클린한 배우 생활을 이어온 데 대해 "불안하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언제든 나도 그런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인 욕구가 올라올 때마다 개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먼저 떠올리려고 한다. 가족, 프로젝트의 미래, 더 큰 가치 같은 것들이다. 그런 생각이 절제와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은 워낙 민감한 시대 아니냐. 어떤 이슈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 걸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면 나답게 인생을 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 12년 연속 '해외에서 가장 선호하는 배우' 1위에 올랐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 묵묵히 해 나가는 게 제가 추구하는 가치관입니다. 유중혁과 많이 닮아 있죠. 이민호 이름 앞에 붙이는 타이틀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데뷔할 때부터 '한류스타 이민호'가 아니었어요. 늘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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