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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스마트폰은 안경?…메타·애플·구글 스마트글라스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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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2007년 스마트폰은 세상을 바꿨다. 차세대 스마트폰은 무엇일까. 빅테크 기업들은 그 답을 ‘안경’에서 찾고 있다. 10여 년 전 스마트글라스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구글, ‘기기 전쟁’에 돌입한 메타,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구축 중인 애플과 삼성까지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 붐을 타고 스마트글라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스마트글라스는 시선을 명령어로 삼는다. 단순히 시각적 정보를 겹쳐 띄우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눈동자를 따라가며 맥락과 정보를 파악한다. 미술관에서는 그림만 응시해도 작가 정보를 설명하고 외국어 간판은 자동 번역한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보다 직관적인 ‘능동형 인터페이스’ 기기이다.

스마트글라스의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스마트글라스 시장이 2024~2029년 연평균 80.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랜드뷰리서치는 2030년 시장 규모가 82억6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은 이미 정점을 찍었고 터치스크린 혁신도 한계에 도달했다”며 “AI·AR·웨어러블이라는 스마트글라스의 삼각축이 스마트폰 이후 플랫폼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앱에서 안경으로, 메타의 새로운 전장



스마트글라스 시장의 선두 주자는 단연 메타다. 메타는 애플과 구글의 운영체제(OS)를 거치지 않고는 자사 콘텐츠(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없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플랫폼의 수수료나 불합리한 규제가 없었다면 우리는 훨씬 더 큰 기업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메타(당시 페이스북)는 2013년 ‘버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체 스마트폰 개발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HTC 단말기에 페이스북 앱을 얹은 수준에 그친 ‘페이스북폰’은 실패로 끝났다. 이후 저커버그가 선택한 대안이 ‘AI 기반 스마트안경’이다.

메타는 2021년부터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 레이벤과 손잡고 스마트안경을 개발해왔다. 1세대 제품은 카메라와 스피커를 탑재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23년 출시된 2세대 제품은 내장 마이크와 카메라로 환경 인식과 음성 대화 기능을 구현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레이벤의 모회사 에실로룩소티카 CEO 프란체스코 밀레리는 “불과 몇 달 만에 2세대 제품이 1세대의 누적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해 10월 출시 예정인 3세대 모델은 메타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AR 스마트글라스’라고 부르는 제품이다. 퀄컴의 AR 전용 칩셋 ‘스냅드래곤 AR2’와 720p 마이크로 LCoS 디스플레이를 탑재됐다.

전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안경알이 디스플레이라는 점이다. 안경알 디스플레이는 생성형 AI 기능과 결합되어 있다. 눈으로 대상을 응시하면 안경알 디스플레이에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메타는 ‘스마트글라스 패션’ 생태계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7월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메타가 에실로룩소티카의 지분 3%를 35억 달러(약 4조80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에실로룩소티카는 레이벤·오클리·보그 아이웨어 등 150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블룸버그는 메타가 지분율을 5%까지 늘릴 수 있는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7월 11일(현지 시간)에는 오클리의 HSTN(하우스틴)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오클리 메타 HSTN’ 모델이 출시됐다.

프라다도 협업 리스트에 올랐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메타와 프라다는 지난해 12월 계약을 맺었다”며 “패셔너블한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전했다. 메타는 프라다와 프라다 리네아 로사, 미우미우 등의 브랜드로 스마트안경을 개발·생산하고 전 세계에 유통할 수 있게 된다.

애플·구글·삼성의 반격

저커버그 CEO는 지난 1월 직원들에게 “우리가 이 카테고리(스마트글라스)를 만들었다. 경쟁자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이 하나둘씩 스마트글라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글라스 시장은 AI 기술 패권 경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애플은 비전 프로에 이어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애플글라스’를 개발 중이다. TF인터내셔널 밍치 궈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2027년까지 7종의 XR 기기를 준비 중이며 이 중 4종이 안경 형태”라고 밝혔다. 애플은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를 탑재한 스마트글라스를 시리(Siri)와 연동시켜 비주얼 인텔리전스 기능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전화 통화, 음악 재생, 실시간 번역, 내비게이션 등도 구현될 가능성이 크다.

구글과 삼성은 연합전선을 형성했다. 구글은 2013년 야심 차게 ‘구글글라스’를 선보였지만 배터리 문제, 무게감, 디자인 등의 혹평을 받으며 2년 만에 사업을 접은 바 있다.



구글은 씁쓸한 실패를 발판 삼아 다시 스마트글라스 전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지난 5월 자사 최대 연례행사인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삼성과 공동 개발한 스마트글라스 시연을 선보였다. 시연에서는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실시간 대화를 번역하는 모습이 화제였다. 이외에도 구글의 스마트안경은 지메일, 구글 지도 등 구글 서비스와 연동이 된다는 강점이 있다. 최근에는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지분 4%(약 1450억 원)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무한’이라는 이름의 헤드셋을 출시하고 내년에는 ‘해안(HAEAN)’이란 프로젝트명으로 스마트안경을 선보일 예정이다. 무한은 안드로이드 XR이 적용된 첫 제품으로 실사용성과 성능을 점검하는 테스트베드 격의 제품이다. 내년 출시될 스마트안경은 무게 50g, 155mAh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샤오미는 지난 6월 AI 글라스를 선보였다. 1999위안(약 38만원)의 저가 모델로 1200만 화소 카메라와 0.2초 내 색상 전환이 가능한 전기 변색 렌즈를 탑재했다. 샤오미는 안경의 무게는 40g이며 한 번 충전으로 8.6시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글라스 시장은 국내 부품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 모듈, 통신칩, FPCB 등 스마트폰 밸류체인에 포함됐던 부품들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라온텍은 LCD 기반 LCoS 디스플레이를, 사피엔반도체는 MicroLED 기반 LEDoS 기술을 개발 중이다. 두 기술 모두 고해상도·경량화라는 스마트글라스의 핵심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어 글로벌 협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송희 인턴기자 kosh1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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