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마이크론은 16일 임시 주총을 열고 존속회사인 하나반도체홀딩스(가칭)와 신설법인 하나마이크론을 나누는 인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분할 비율은 존속법인 32.5%, 신설회사 67.5%다. 존속법인은 지주회사, 신설회사는 반도체 제품 패키징·테스트 사업 부문을 각각 담당한다. 소액주주들이 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인적분할 저지에 나섰지만 판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분할 기일은 다음달 1일, 변경 상장 및 재상장일은 9월 8일이다.
소액주주들은 하나마이크론의 인적분할에 대해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최대주주만 혜택을 볼 것이란 주장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상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는 지주사 요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 지배권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배주주가 따로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지주사 지분을 늘려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리란 예상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최창호 회장에서 아들인 최한수 하나머티리얼즈 부사장으로의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 최 부사장의 지주사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가결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개편한 뒤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하는 건 대표적인 승계 방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하나마이크론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게 증권가 전망이다. 김동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후 하나마이크론의 단기 수익성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일시적이나마 주가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인적분할을 결정하거나 철회한 상장사는 총 5곳이다. 지난달 기습 인적분할을 공시했다가 이달 8일 철회한 파마리서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인적분할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동안 17% 넘게 급락했으나 철회 후 제자리를 찾았다.
하나마이크론은 주주 반발을 의식해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 계획까지 꺼내 들었지만 주가는 되레 떨어졌다. 지난 1월 인적분할 결정 공시 후 이날까지 10% 가까이 밀렸다. 코스닥지수가 연초 대비 18% 넘게 뛴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 공시 후 6% 넘게 떨어졌다.
반면 삼양홀딩스의 주가 흐름은 달랐다. 삼양바이오팜그룹이 분할을 공식화한 후 주가는 급등했다. 5월 말 인적분할을 결정한 뒤 이날까지의 주가 상승률은 30.7%에 달한다. 인적분할이 승계보다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업계 평가가 나오면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소액주주 입장에선 인적분할이든 물적분할이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의심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인적분할에 나서는 기업이라면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적분할
기존 주주들이 신설법인 주식을 지분율에 비례해 받는 방식의 기업분할. 지주회사 전환 때 흔히 사용된다. 반면 물적분할 땐 신설회사 주식을 받을 수 없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