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소프트웨어기업 오라클의 주가와 실적, 투자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3개월 새 주가가 거의 두 배 올랐다. 초대형 클라우드 계약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오라클을 애플이나 테슬라 대신 핵심 기술주 7인방인 매그니피센트7(M7)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1월 오라클은 오픈AI, 소프트뱅크와 함께 4년간 5000억달러(약 693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오픈AI가 이 계획의 연장선에서 오라클 데이터센터 4.5GW 용량을 추가로 임차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알려졌다. 원자력발전소 4~5기 분량에 해당하는 전례 없는 규모다.
최근에는 연간 300억달러 규모 클라우드 계약도 수주했다. 오라클 역사상 최대 규모 단일 클라우드 계약으로 평가된다. 아누라그 라나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거래는 오라클이 몇 년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할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오라클은 규제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고객명은 밝히지 않았다. 이 계약에 따른 매출은 2028회계연도부터 반영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기업에 일부 칩에 한해 중국 수출을 허용하기로 해 오라클 주가가 5.7% 급등했다. 호재가 겹치며 이날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는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세계 2위 부호 자리에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이어 두 번째다. 엘리슨 창업자의 자산 중 80% 이상은 오라클 주식과 옵션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이 정도 수요는 본 적이 없다”며 “한 고객이 자사 전체 클라우드 인프라를 오라클에 맡기겠다는 전례 없는 규모의 주문도 받았다”고 밝혔다.
설비 투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오라클의 2025회계연도 설비 투자 규모는 210억달러(약 29조원)를 넘어 전년(70억달러 미만)의 약 세 배로 증가했다. 캐츠 CEO는 2026회계연도 설비 투자액이 250억달러(약 34조6500억원)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평가사 S&P는 최근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는 클라우드사업 전략이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TD카우언은 오라클 주가가 27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월가에서 제시된 목표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15일 주가인 234달러보다 17%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증시에서 주도주로 꼽히는 M7(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 구성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비말 파텔 컬럼비아셀리그먼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 매니저가 M7에 애플과 테슬라를 빼고 대신 오라클과 브로드컴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