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내기주가 상장 첫날 줄줄이 급등하고 있다. 증시 호황에 힘입어 투자심리와 기업공개(IPO) 시장에 불이 붙은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장 초반엔 등락폭이 크고, 상승세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또 강화된 규제가 8월부터 본격 적용되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난달 2일 데뷔한 키스트론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8.33% 급등했다. 지에프씨생명과학과 뉴엔AI도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에 성공했다. 첫날 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종목인 지씨지놈도 5.71% 강세를 보였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방식으로 상장한 케이지에이와 뉴키즈온도 거래 첫날 종가는 기준가보다 높았다.
상장 과정에서도 흥행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분기 공모주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평균 1077대 1로 집계됐다. 1분기(804대 1)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765대 1에서 1206대 1로 높아졌다. 최근 수요예측을 끝낸 뉴로핏의 경쟁률은 1087.6대 1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2분기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이나 그 이상 가격에서 결정하는 비중도 93.8%로 전 분기 대비 28.8%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이나 미달로 확정하는 기업 비중도 6.3%로 낮아졌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요예측·청약 경쟁률이 높아진 것은 기관 및 일반 투자자의 공모주 투자 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공모주 시장의 유동성 지표인 투자자 예탁금과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8조원을 돌파했다. CMA 잔고도 89조원을 웃돌고 있다.
대어급 종목도 상장을 예고하고 있다. 조 단위 몸값을 기대 중인 대한조선은 17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조선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IPO 시장 분위기는 7월에도 유지될 전망"이라고 했다.

일례로 키스트론은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2배 이상 높은 9660원에 마감했지만, 현재 주가는 6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공모가보다 여전히 높지만,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셈이다. 상장 후 1개월이 지난 링크솔루션과 지씨지놈의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보호 예수 물량이 풀리며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6월부터 전날까지 'KRX 포스트 IPO 지수'도 8.82%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18.38%), 코스닥(10.3%) 지수 상승률을 밑돌았다. KRX 포스트 IPO 지수는 코스피·코스닥 신규 상장 종목 가운데 상장일로부터 15영업일이 지난 종목은 편입하고, 140영업일 경과 시 편출한다. 새내기주가 상장 초반에는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지만, 이후 주가 흐름이 우하향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IPO 제도 개편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관 투자자의 단기 차익실현을 막기 위해 제도가 개편됐다. 핵심은 기관투자자·주관사를 대상으로 한 의무 보유 규제 강화다. 의무보유 확약을 내건 기관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우선배정한다.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 등 정책펀드도 이달부터 확약을 걸어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정책펀드는 공모물량의 5~15%를 별도 배정받는 혜택을 받았다. 개편된 제도는 이달 1일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에 적용된다.
조 연구원은 "단기 차익실현이 가능한 기업에 과열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8월 이후 IPO 시장의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을 갖춘 상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