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17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취임 이후 1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기재부 조직개편 가능성과 맞물려 인사 폭도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 1급들이 어디로 향할지가 특히 주목된다. 이들의 선택지가 과거보다 좁아졌기 때문이다.
기재부 출신이 맡아온 국무조정실장(장관급)과 차장 자리를 모두 내부 인사가 차지했다. 기재부 세제실장 출신이 관례로 맡아온 관세청장 자리도 이번엔 관세청 내부 승진으로 채워졌다. 지난 14일 취임한 이명구 관세청장은 행시 36회로, 서울세관장과 관세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관세청 출신이 수장에 오른 것은 2019년 노석환 전 청장 이후 6년 만이다. 노 전 청장 이후 임재현·윤태식·고광효 등 세 명의 청장이 모두 기재부 세제실장 출신이었다.
이런 흐름은 통계청장, 조달청장, 대통령실 성장경제비서관 등의 자리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모두 기재부 1급 출신이 전통적으로 맡아온 보직이다. 이들 자리마저 막히면 기재부 고위직들이 기업 임원 등 민간 영역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간 경력을 ‘징검다리’ 삼아 다시 요직으로 복귀하려는 전략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 사례다. 행시 36회 출신인 그는 기재부 국채과장,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정책기획관(국장) 등을 거쳐 2018년 두산그룹으로 영입됐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역임했다. 기재부 국제금융과장 출신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도 새 정부 대통령실 정책실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기재부 출신들이 민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기업들의 수요도 늘고 있다. 삼성의 경우 박준규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부사장)이 대표적이다. 행시 41회인 그는 IMF 이코노미스트 파견과 기재부 국제금융국 국제기구과장 등을 거쳐 2016년 삼성에 합류했다. 이병원 삼성전자 IR(기업설명)팀 담당 부사장도 행시 42회로, 기재부 경제정책국과 정책조정국에서 근무했다. 고려아연 정무경 사장은 행시 31회 출신으로 기재부 재정분석과장, 기획조정실장, 대변인을 거쳐 조달청장을 지냈다.
한편 기재부의 조직개편 시나리오에 대한 안팎의 관심도 높다.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