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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전 '역발상'…中업체로 中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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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와 손잡고 보급형 제품시장 첫 진출

드럼세탁기·냉장고 공동 개발해 내달부터 유럽서 판매
LG 브랜드 달고 AS까지…中·동남아 등으로 공략 확대

LG전자가 중국 가전업체와 손잡고 60만원대 초저가 냉장고와 세탁기를 출시한다. 중국에 단순히 생산만 맡기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제품 기획·개발부터 함께 진행하는 합작 개발 방식(JDM)이다. ‘중국 천하’가 된 글로벌 중저가 가전시장을 뚫기 위해 압도적 가성비를 갖춘 중국 기업과 손잡았다는 점에서 “LG전자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뛰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달부터 중국 가전업체와 협업해 만든 드럼세탁기와 냉장고를 유럽 전역에서 판매한다. 중국 중견 가전업체인 스카이워스와 9㎏짜리 드럼세탁기를, 오쿠마와 400L급 2도어 냉장고를 공동 개발했다.

LG전자가 중국 기업과 가전제품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공동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계, 디자인, 제품 개발을 LG전자가 주도하고 중국 업체가 참여하는 형태다. LG가 기획한 제품의 생산만 중국에 맡기는 기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과 달리 처음부터 공동 기획·개발하는 JDM 방식이다. 생산은 중국 업체가 담당하되 LG 브랜드를 달고 출시한다. 애프터서비스(AS)도 LG 몫이다.

냉장고와 세탁기 가격은 각각 500달러(약 68만원) 안팎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하이센스가 유럽에 내놓은 동급 냉장고(400달러·55만원)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LG의 브랜드 파워와 AS 신뢰도를 감안할 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차로 평가한다.

LG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JDM의 사업성이 검증되는 대로 에어컨, 건조기 등 다른 가전제품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판매 국가도 중국,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사기엔 소득 수준이 떨어지는 선진국 저소득층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가성비 가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LG의 브랜드 파워에 중국의 가성비를 입힌 새로운 사업 모델이 가전시장에 나온 셈”이라고 했다.

김채연/박의명 기자 why29@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7.1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