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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韓日관계 주인공은 기업…일본 제대로 알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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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웨이 투 재팬' 과정 연 권성주 연세대 겸임교수

日 진출 앞둔 기업인 최고위 과정
현지 소비 트렌드, 시장 전략 강의

"기업인은 양국 잇는 민간 외교관
한·일관계, 역사인식 개선할 동력"

국내 e커머스 대표 주자인 쿠팡과 배달의민족은 그들이 거둔 성공방정식을 바탕으로 일본에 진출했다가 실패의 쓴맛을 봤다. 쿠팡은 2021년 도쿄 일부 지역에서 퀵커머스를 선보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고, 배민 역시 2014년과 2020년 두 차례 모두 1년도 채 안 돼 철수했다. 1억2000만 명 인구를 자랑하는 데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때문에 일본은 국내 사업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지만, 새로운 브랜드와 소비 트렌드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일본 소비자 특성상 공략이 쉽지 않다.

권성주 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사진)는 지난 11일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기업이 일본 진출을 원하지만 생각보다 일본을 잘 모른다”며 “일본인보다 더 일본을 알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올 9월 연세대 미래교육원에서 일본 진출을 원하는 기업가, 일본 파견근무를 준비 중인 기업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최고위 과정 ‘게이트웨이 투 재팬(GTJ)’을 연다. 올해로 2기째로 현재 이 과정에 참여할 20명을 모집 중이다. 권 교수를 포함해 이규홍 LG스포츠 고문, 정희선 일본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황태성 스타시아 대표, 황인준 라인야후 최고글로벌투자책임자 등이 강사로 나선다.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법, 일본인 소비 트렌드, 일본시장 진출 시 주의할 점,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전략 등을 다룬다.

권 교수의 인생은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부산 사상구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그의 부친이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석사를 거쳐 도쿄대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일하다가 모교인 연세대에서 겸임교수를 맡았고 틈틈이 한국 주재 일본 기업인의 경영 자문을 도왔다.

그는 10년 전 연세대에 ‘게이트웨이 투 코리아(GTK)’ 과정을 열었다. 한국에 사는 일본인 주재원을 위한 학습 코스였다. 현재까지 GTK를 이수한 일본인 졸업생은 200여 명에 달했다. 한국미쓰비시상사는 새로 부임해 온 주재원들에게 GTK 과정을 반드시 수강하도록 권하고 있다. 10년간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GTJ 과정을 개설했다.

일본에 가는 한국인을 위한 GTJ 코스와 한국에 온 일본인을 위한 GTK 코스는 9월 첫 주 동시 개강해 14주 후 함께 끝난다. 두 과정 수강생들이 강의실 안팎에서 한데 섞여 교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권 교수는 “맨땅에 헤딩하지 말고 한국에 와 있는 일본 기업 관계자들을 미리 만나 네트워킹을 쌓고 공부하며 도움을 받으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에게 한·일 관계와 역사인식 문제는 오랫동안 짊어진 숙제였다. 그는 “한국을 배우는 일본 기업인과 일본을 배우는 한국 기업인은 양국을 잇는 훌륭한 민간 외교관들”이라며 “양국 엘리트의 인식이 바뀌면 한·일 관계가 바뀌고, 한·일 관계가 바뀌면 세계 질서가 바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종필/사진=임형택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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