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에너지는 전 세계에서 쓰는 에너지의 1만 배 이상이다. 따라서 사하라사막 일부에만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도 전 지구의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 이렇듯 태양에너지는 거의 무한한 재생에너지로 지구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청정에너지로서 탄소중립으로 지구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더구나 태양광은 지구 모든 지역에 제공되기에 공평하다.
태양광발전은 이러한 장점과 함께 단점도 있다. 화석에너지보다 가격이 높고, 저밀도 에너지이기에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기후에 따라 출력량이 변동하므로 고가의 저장소(스토리지)가 필요하다. 지난 10여 년간 실리콘 태양광 모듈 가격이 30~40배 줄어들어 고가격 문제는 해결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한국처럼 유휴 토지가 거의 없는 나라에서는 부지 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영농형은 기존 태양광발전의 단점을 상쇄하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농작물은 광포화점이 있어 일사량의 30~40%만 사용한다. 따라서 나머지 일사량을 태양광발전에 사용할 수 있다. 또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발전을 할 수 있기에 영농형 태양광발전은 식량안보를 지키면서 한국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의 가능성
일본은 2013년부터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시작해 2022년까지 5351개소를 설치·운영 중이다. 독일에서는 2015년 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 밀, 감자, 셀러리 등에 대해 시범 사업을 시작한 후 확대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고온에 포도가 타죽는 것을 방지하는 농산물 보호시설로 포도원에 대량 설치하고 있다. 미국, 특히 애리조나주에서는 태양광 모듈의 그림자로 토양의 지나친 수분 증가를 막아 관개에 사용되는 물 사용량을 30~40% 줄일 수 있어 가뭄 때문에 많이 설치하는 추세다.
전 세계 영농형 태양광발전의 설치 용량은 2012년 약 5MWp에서 2012년에는 최소 14GWp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설치·운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6년 솔라팜에서 처음 실증 사업을 시작해 2021년까지 66개소 이상에서 실증 사업이 진행됐다.
특이한 점은 남동발전, 동서발전 등 석탄발전사들이 실증 사업에 많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석탄발전을 퇴출한 후 대용량 재생에너지발전은 영농형 태양광발전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실증 사업에서 작물 수확량이 80% 이상 많아졌다. 더욱이 녹차나 포도는 증산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고비용 및 수확량 감소 해결 모색
영농형 태양광발전은 태양광 모듈 밑으로 농기계를 운용하기 위해 모듈을 2~3m 위에 설치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곳에서 설치 작업을 해야 하므로 일반 태양광발전보다 설치 비용이 30~40% 높다. 여기에 기존 수확량도 태양광발전 설치 전보다 80% 정도로 줄어든다. 영남대에서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영남대에서는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SP(Speedy Solar Pipe) 시스템을 스타트업 회사와 함께 개발했다. 일반적 비계 파이프형 구조물은 파이프를 크램프로 묶어 설치하기에 고소 연결 작업이 많아서 인건비가 증가한다. 그러나 SSP는 파이프를 나비처럼 구부려 연결 부분이 적다. 또 평지에서 태양광 모듈을 장착해 회전 직립하기에 고소 작업이 최소화된다. 100KWp 영농형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드는 기간을 비교하면, 일반적 비계 파이프형은 연결공수가 1만5833개소인 데 비해 SSP는 1920개소로 감소한다. 즉 설치 기간이 비계 파이프형은 191 MD(Manday)지만, SSP는 61 MD로 감소해 설치비가 20~30% 줄어든다.
영남대에서는 수확량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60nm LED를 일몰 후 조사해 밤에도 발전을 가능케 하는 시도를 했다. 또 태양광 모듈의 낙수를 집수해 물탱크에 저장했다가 가뭄철에 사용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수확량을 80%에서 117%로 증산하는 사례를 만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영농형 태양광발전은 경제적 가능성이 매우 크다. 농부들은 농작물 수입보다 훨씬 높은 발전량 매전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농촌 경제 활성화를 달성할 수 있다. 일례로 2019년 보성 옥암리 650평 논에 99.7KWp 영농형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데 1억9600만 원이 들었다. 해당 논의 3년 평균 작물 소득은 116만 원이었는데, 융자금 원금과 이자를 제외하고 태양광 매전 수익은 1278만 원으로 작물 소득의 10배가 넘었다. 작물에 따라 다르지만, 5~10배의 매전 소득으로 농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은 부지 확보 문제 때문에 앞으로 대용량 재생에너지 발전은 영농형 태양광발전으로만 가능하다. 국내 기업은 RE100 달성을 위해 영농형 태양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광주 글로벌모터스(GGM)에서는 RE100을 달성하기 위해 21MW의 가상발전소(VPP)를 필요로 한다. 이 중 10MW는 광주 GGM 산업단지의 지붕형 태양광발전에서 충당하고, 11MW는 가장 인근인 영농형 태양광발전소에서 조달하며, 60MWh ESS를 조합해 RE100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구미 산업단지에서도 RE100 산단을 설치하기 위해 1GW VPP가 필요하다. 구미 산단의 지붕형 태양광발전은 300MW만 가능해 가장 인근인 영농형 태양광발전소에서 700MW를 발전하고, ESS 설치량을 줄이기 위해 100MW 그린 수소 발전소와 200MWh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해 RE100 달성을 추진 중이다.
농촌을 에너지 생산 기지화해야
한국 농촌은 작물 농사만으로는 충분한 수입을 확보할 수 없어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노령화가 심화되는 실정이다.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하면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이 가능할 뿐 아니라 에너지 농사로 5~10배의 수입을 확보하고 농촌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만큼 경제적으로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 실제로 영농형 태양광과 일반 태양광 설치비가 근접해지면서 산업단지에서 산단 지붕형과 영농형 태양광발전으로 RE100을 추진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의 최종 목표는 농촌을 식량 생산뿐 아니라 에너지 생산 기지화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매년 1000억 달러 이상 중동 등지에서 수입하는 원유와 가스를 농촌의 영농형 태양광발전으로 대체할 수 있다. 청정에너지를 공급하면서 식량안보와 에너지안보를 달성하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는 영농형 태양광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드는 것이 RE100과 친환경 사회로 가는 길일 것이다.
오수영 영남대 화학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