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 열린 제12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각각 1만430원과 1만230원의 10차 수정안을 내놨다. 올해 대비 인상률은 노동계가 4%, 경영계는 2%다. 이에 따라 3% 안팎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익위원들은 지난 8일 심의 촉진 구간으로 1만210원(1.8% 인상)∼1만440원(4.1% 인상)을 제시했다. 심의 촉진 구간은 노사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내놓는 일종의 최종 중재안이다.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그동안 최저임금 심의를 마무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노동계는 기대치보다 낮은 심의 촉진 구간에 “노동 존중을 외치는 새 정부에서 공익위원이 제출한 최저임금 수준에 분노한다”며 반발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민주노총 소속 위원 4명은 심의를 거부한 채 퇴장했고, 한국노총 소속 위원 5명이 남아 수정안을 냈다.
경영단체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공익위원들이 현재 경제 상황을 김대중 정부 당시 외환위기 상황에 준한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내년도 인상률은 정부 출범 첫해 기준으로 김대중 정부(2.7%)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익위원 1.8~4.1% 상승률 제시…노동계 "기대가 실망으로" 반발

이재명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장기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현실이 더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폐업이 속출해 오히려 고용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자 폐업률은 9.04%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9.38%) 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비율이 높은 소매업(30만639명)과 음식점업(15만3017명)에서 대규모 폐업자가 나왔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집중된 두 업종에서 발생한 폐업이 전체의 45%에 달한 셈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11~12월 사업주 3070명, 근로자 60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주들은 2024년 경영 사정에 관한 질문에 53.9%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사업주의 67.2%는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 인상률에 관한 질문에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3% 미만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도 20.9%에 달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주요 자료로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급 능력을 넘어선 최저임금에 영세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한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법정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12.5%(약 276만 명)에 달한다. 1주 소정근로일 개근 시 하루치 임금을 더 지급하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21.1%(467만9000명)로 치솟는다.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은 지난해 51.3%에 달했다. 두 곳 중 한 곳은 최저임금을 주기 어려운 한계 상태라는 의미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이날 “우리도 (공익위원들의 심의 촉진 구간이) 부담스럽다”며 “그럼에도 심의 촉진 구간이 제시됐으니 내년 최저임금을 하한선에 가장 근접한 수준으로 결정해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