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종 전체에 대한 의견 조정도 상향보다 하향이 훨씬 많았다. 최근 한 달간 자동차(키움), 전자장치(iM), 화학(현대차), 항공(한국투자) 등 11개 업종(중복 4개 포함) 투자의견이 내려간 데 비해 상향 업종은 철강(KB), 기계(다올투자) 등 6개에 그쳤다.
투자의견 하향의 근거는 단기간에 과도하게 높아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가파른 주가 상승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계적으로 올리면서도 투자의견은 낮춰 잡는 방식으로 손실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관련 없이 기대만으로 주가가 오르기도 하지만, 그 강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세졌다”고 말했다.
주가가 오를 때도 ‘매수’ 의견 일색이던 과거와 리서치센터 문화가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기업과의 관계뿐 아니라 시장과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내부에 쌓이고 있다”며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비판적인 시각과 리스크 관리 의견이 필요하다는 점도 명확해졌다”고 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한전KPS 투자의견을 하향하며 “목표주가를 올렸음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이 19배로 1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에 비해 구조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그는 고객사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국한돼 있고 체코와 아랍에미리트 관련 매출이 발생하는 시기 또한 2032년 이후라는 점을 강조하며 최근 한 달간 25% 급등한 회사의 밸류에이션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주가가 세 배 가까이 오른 원전주 비에이치아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단기매매’(trading buy)로 강등했다. 최규헌 선임연구원은 “성장 잠재력의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실제 수주 확대로 이익률이 개선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추천했다. 지난달엔 KB증권과 LS증권이 LIG넥스원 투자의견을 내렸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좋은 회사도 가끔은 좋은 주식이 아닐 수 있다”며 고평가 판단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경쟁 증권사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7일 미래에셋증권을, 미래에셋증권은 키움증권과 한국금융지주 의견을 하향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고 “이익 정상화가 예상되지만 기대가 과도하다”며 목표주가를 현재(2만700원)보다 낮은 1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