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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만큼도 성장 못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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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경제부 기자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94%, 내년엔 1.88%까지 떨어질 것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은 꽤 충격적이다. 작년 말 분석했을 때만 해도 올해 2.02%, 내년 1.98%로 2% 안팎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됐지만 몇 달 사이 상황이 악화했다. 최근 부진한 경기를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잠재성장률 급락을 막기 위한 구조개혁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또 있다. 한국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돈다는 점이다. 낮아진 잠재성장률만큼의 성장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GDP 갭 4년 연속 마이너스
8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갭률은 -1.78%로 나타났다. 한국의 GDP 갭률은 미국(-0.44%), 프랑스(-0.90%), 독일(-1.52%), 스페인(-0.27%) 등과 비교해 마이너스 폭이 컸다. OECD 37개 회원국 중 25위에 해당했다. 영국(0.06%), 이탈리아(0.54%), 캐나다(0.23%) 등은 GDP 갭률이 양수다.

GDP 갭률은 잠재 GDP와 비교해 현시점의 실질 GDP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격차를 잠재 GDP로 나눈 백분율 값이다. OECD는 올해 한국의 잠재 GDP 수준을 2695조2573억원으로 추정했다. 반면 실제 GDP 수준은 이보다 적은 2647조3804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 GDP는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잠재성장률은 잠재 GDP 증가율을 의미한다. 한국의 GDP 갭률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이너스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20년 -2.52%, 2021년 -0.36%로 하락했다가 2022년 0.11%로 한 차례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이후 2023년 -0.68%, 지난해 -0.81% 등 다시 0% 밑으로 추락했다. 내년에도 -1.43%로 여전히 GDP 규모가 잠재 GDP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구조개혁·단기 처방 필요한 상황
한국은행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올해 초 GDP 갭이 양수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GDP 갭이 양수로 전환되는 시점은 2025년 초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경기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한은은 이런 전망을 수정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 초반이면 GDP 갭이 양수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큰 폭은 아니겠지만 연말까지는 음수로 갈 것 같다”고 눈높이를 낮췄다.

같은 해 12월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엔 전망이 더욱 악화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내년까지도 GDP 갭이 음수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경기가 회복해도 잠재성장률 미만이기 때문에 GDP 갭은 계속 벌어진다”며 “내년에도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GDP 갭이 마이너스인 경제는 생산 설비나 노동력 등 생산요소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잠재 GDP 증가율을 높이는 구조적인 개혁 노력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현재 GDP를 잠재 GDP 수준까지 늘릴 수 있는 단기 처방도 필요하다. 정부와 한은이 긴밀하게 협력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펴야 할 시기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통화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재정을 더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오늘의 신문 - 2025.07.09(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