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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혁신호소인' 불과"…안철수 작심 비판에 또 휘청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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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부터 탄핵까지 일관된 입장 밝혀온 안철수
국민의힘 수술하려다 포기…安 "큰 벽 부닥쳐"


6·3 대선 패배 이후 자중지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에 또 한 번 '대형 악재'가 터졌다.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문제까지 일관된 입장을 밝혀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혁신위 돌연 하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일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오는 8월 치러지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후보 교체 논란에 정치적 책임이 있는 2명에 대한 인적 청산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 합의되지 않은 혁신위원 구성을 이유로 꼽았다.

안 의원은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위원장 내정자로서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닥쳤다"며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수술 동의서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는 안일한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참담함을 넘어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고 작심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전격 사퇴한 배경에는 구주류인 친윤석열계와 지도부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국민의힘 혁신위가 출발도 전에 좌초한 것은 만성적인 문제"라며 "안 의원이 나름의 책임 의식을 갖고 위원장을 수락했겠지만, 아마 큰 운동장에 30평짜리 운동장을 따로 긋고 그 안에서만 혁신하라는 주문을 계속 받았을 것이다. 안 의원이 엄 초기부터 선명하게 입장을 가져온 유일한 인사인 만큼 어쩌면 국민의힘에는 계엄 및 탄핵과 단절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얼굴마담, 바지 혁신위원장을 내세워 생색만 내려 했던 것 아니냐"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국민의힘 8분짜리 혁신위, 기네스북 등재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논평을 내고 "철수 전문 안 의원도, 안 의원을 권한도 없는 혁신위에 가둬놓고 전당대회 못 나오게 하려 했던 친윤 주류도 모두 한심하긴 마찬가지"라며 "송언석 원내대표 및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 친윤 주류에게 묻는다. 안 의원을 바지사장으로 앉혀 놓고, 실권은 여전히 자신들이 뒤에서 행사하려고 혁신위원회를 띄웠다가 들킨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내홍도 더욱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안 의원은 친윤들이 자기 팔다리 자르는 인적 쇄신을 할 거라고 믿었단 말인가. 정치적으로 어리석다"며 "하지만 역시 대단한 건 친윤들이다. 당 대표 여러 명 날린 것도 모자라, 혁신위원장도 붙였다 뗐다 마음대로다"라고 했다. 박상수 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은 "송언석 비대위원장 사퇴와 비대위 해산을 요구한다"며 "최소한 혁신의 의지도 없는 지도부는 지금 우리 당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하필 그나마 수도권 지역구에 중도층 소구력이 있는 안 의원까지 당을 정면으로 겨냥한 모양새"라며 "김용태 비대위원장에 이어서,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모습 그대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참패는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혁신위에 인선하려다 지도부에서 배제당한 이재영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지금 우리 당은 그저 '혁신 호소인'일 뿐이다. 알량한 자리들을 지키느라 혁신은 안중에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는 사실상 예견된 게 아닌가. 현재 당 상황이 안 의원의 의도대로 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전권에 대한 언급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내 세력이 있어야 기득권과 붙어볼 수 있었을 텐데, 안 의원에게는 그런 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는 악재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워낙 국민의힘이 악재투성이라 (지지율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이날 오전 'YTN 뉴스UP'에서 "국민의힘이라는 당명 아래 비대위 여덟 번째, 혁신위 세 번째다. 어쨌든 당의 비상상황이 11번 왔다는 것"이라며 "안 의원이 중도, 수도권, 청년 얘기하지만, 당이 동의해주는 것도 없고, 혁신위도 여론의 몰매를 건너가기 위한 시간벌기가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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