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G와 미국 필립모리스 등 담배주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배당소득의 분리과세 도입 기대 속에 고배당 매력이 관심을 끈 덕분이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도 뛰어난 실적 안정성을 갖춘 중독성 소비재업체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7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KT&G는 5.09% 뛴 13만6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로 13만원을 넘긴 건 9년 만이다. 장중 13만7800원에 거래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KT&G 주가는 지난 3월 14일 9만5000원(종가 기준)까지 밀렸지만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다. 올해 초 주가와 비교하면 26.70%, 지난 한 달간 10.14% 올랐다.
최근 정부와 국회의 배당 활성화 정책 추진으로 정책 수혜 기대감이 커졌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배당성향(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 35% 이상인 상장회사의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배당성향 35%를 넘는 상장사의 배당소득에 적용하는 최고세율이 기존 49.5%에서 27.5%(배당소득 3억원 초과 투자자 기준)까지 낮아진다. 이 경우 절세 효과를 노리는 ‘큰손’들이 배당성향 35% 이상 고배당주에 더 몰릴 수 있다는 게 증권가 등의 예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2024년 3년 연속으로 배당 성향 35%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46곳에 그친다. 작년 말 기준 KT&G 배당성향은 50.48%에 달한다. 작년 총 주당배당금(DPS)은 5200원이었다. 증권가는 올해 예상 DPS를 5600원으로 보고 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주가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KT&G는 작년부터 2027년까지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비롯해 총 3조7000억원 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다. 자사주 매입·소각에 약 1조3000억원, 배당에 약 2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올해는 배당에 6000억원, 자사주 매입·소각에 3000억원 이상을 집행할 계획이다. 지난 1분기엔 보유 자사주 3600억원어치를 소각했다. 발행주식총수의 2.5% 수준이다.
증권가는 KT&G가 최근 비핵심 자산의 일부 매각에 이어 추가적인 주주환원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T&G는 서울 을지로타워,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등 비영업용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까지 약 1조원 ‘실탄’을 확보해 주주환원과 성장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주력 사업인 담배 부문 매출도 증가 추세다. KT&G는 지난 1분기에 증권가 전망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 연 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1조4911억원, 영업이익은 20.7% 늘어난 2856억원이다. 담배 부문 매출 중 48%에 달하는 해외 담배 매출이 전년 대비 53.9%, 영업이익은 312.5% 급증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KT&G의 올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7.2% 증가한 6조3387억원, 영업이익은 10% 늘어난 1조308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엔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해외 NGP(비연소 제품) 신규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씹는담배’의 일종인 니코틴 파우치 기업 인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코틴 파우치는 니코틴을 고체로 만들어 잇몸과 입술 사이에 넣어 사용하는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합법화 전이지만, 미국과 북유럽에서 수요가 높다. 제조 공정이 단순해 일반 담배보다 마진이 높다.
최근 미국발 관세 논의 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도 담배주엔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담배는 중독성 소비재다 보니 상대적으로 판매의 경기 민감도가 낮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KT&G는 해외 담배 부문 성장과 건강기능식 사업 효율화가 겹치면서 올 2분기 이후로도 이익 증가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며 “지난 3월 준공한 카자흐스탄 담배 신공장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서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가공비·물류비 절감에 따른 마진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경신 iM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담배 부문이 고성장하면서 전사 체력 개선을 이끌고 있다”며 “비핵심 자산 유동화를 통한 추가 주주환원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불확실한 대외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훌륭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담배기업 주가도 최근 오름세다. 올해 들어 글로벌 1위 담배 기업 필립모리스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47.71%, 담배 브랜드 ‘말버러’로 유명한 알트리아는 13.60%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7%)를 웃돈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도 영국 런던증시에서 올들어 20.12% 뛰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