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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 광명전기 인수 1년여 만에 재매각...'불안'에 떠는 주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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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지분 약 30% 인수한 뒤 올해 사실상 '손털기'
오창석 회장 개인 투자금 회수용 M&A 등 논란 잇따라
새 최대주주 엠에이치건설 자금력도 도마 위에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의 개인회사인 나반홀딩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광명전기를 인수한 지 1년여 만에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 잦은 경영권 변동에 더해 새 최대주주의 자금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면서 광명전기 소액주주 불안은 커지고 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나반홀딩스가 광명전기 경영권 지분을 엠에이치건설에 매각하기로 한 계약의 잔금 지급 일정이 지연됐다. 당초 이달 2일 잔금 125억원을 받고 광명전기 주식 199만여 주를 넘기기로 했지만 잔금 지급일이 오는 15일로 미뤄졌다.

나반홀딩스는 지난달 엠에이치건설과 총 650만 주(지분율 약 15%)를 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매각가는 3073원이다. 당시 광명전기 주가가 2000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5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1차로 451만 주는 계약금 및 중도금 75억원을 받고 지난달 24일 넘겼는데 나머지 물량의 매각이 미뤄진 것이다.

지난달 나반홀딩스는 엠에이치건설 외에도 더제이앤엘에 광명전기 지분 5.7%를 47억원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격은 1881원 수준으로, 엠에이치건설에 넘긴 금액의 절반에 불과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어진 만큼 현 주가 수준에서 매각가격이 정해졌다.

연이은 지분 매각으로 나반홀딩스가 보유한 광명전기 지분율은 3.23%로 낮아졌다. 사실상 광명전기 인수 1년여 만에 손을 뗀 셈이다.

나반홀딩스는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소유 기업이다. 지난해 3월 조광식 전 광명전기 회장과 이재광 전 광명전기 회장이 보유한 광명전기 지분 각 14.99%를 총 385억원에 인수해 지분 29.98%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나반홀딩스가 최대주주에 오른 뒤 광명전기는 복잡한 지분 거래와 자금 흐름 등을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다.

나반홀딩스가 광명전기 최대주주에 오른 직후 조광식 전 회장이 광명전기가 보유한 자회사 피앤씨테크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 이후 피앤씨테크가 다시 오 회장이 지배하는 무궁화신탁 지분 3.65%를 170억원에 인수했다. 5월에는 부동산 투자사 케이와이에이치홀딩스에 광명전기 지분 6%를 80억원에 매각했다. 오 회장이 광명전기 경영권 지분을 취득한 자금 가운데 250억원 가량을 조기에 회수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광명전기 채권자로 알려진 에머슨케이홀딩스가 광명전기 인수 거래 과정에서 무궁화신탁 최대주주가 이재광·조광식 전 광명전기 회장과 통모해 횡령·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반홀딩스는 지난해 말 광명전기 지분을 오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코스닥 상장사 MIT에 매각하려 했다. MIT는 2020년 감사 의견거절을 받아 거래정지 상태였던 곳이다. 당시 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오 회장이 광명전기 자금으로 MIT 투자금을 회수하려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결국 MIT 주주 등의 반발에 해당 거래를 무산됐고, 올해 MIT는 상장폐지됐다.

각종 논란에 휩싸인 사이 광명전기 실적은 악화했다. 광명전기는 지난해 매출 1424억원, 영업손실 88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7%, 영업손실 폭은 65억원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도 2023년 말 471억원에서 지난해 말 197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번에 지분을 인수한 엠에이치건설이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소형 건설사이라는 점에서 주주들의 우려도 크다. 엠에이치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가 149억원에 불과하다.

잔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엠에이치건설이 나반홀딩스의 경영권 지분을 모두 인수하지 않은 점 역시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인수 이후 광명전기의 실질 경영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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