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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구원투수' 어깨 무겁다…블랙핑크, 스타디움 투어 시작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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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2년 만에 완전체 콘서트 개최
5~6일 고양종합운동장서 7만8000명 동원
솔로에 신곡 1곡 추가…스타디움 투어 출발
블랙핑크 컴백 맞춰 YG 후배들도 줄줄이 출격
'새 성장 동력·핵심 IP 교체' 변곡점 될까


"블랙핑크 인 유어 에어리어(BLACKPINK in your area)!"

'K팝 퀸'의 귀환이다. 그룹 블랙핑크(지수 제니 로제 리사)가 완전체로 무대에 서서 시그니처 사운드를 외치자 7만8000여 팬들은 뜨거운 환호성으로 이들의 컴백을 축하했다.

블랙핑크는 지난 5~6일 경기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월드투어 '데드라인'을 개최했다. 블랙핑크가 단체로 콘서트를 개최하는 건 2023년 진행한 '본 핑크' 투어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이다.

변함없는 K팝 거물임을 증명하듯, 전 세계 스타디움 투어의 새 시작을 여는 이번 고양 공연은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대화역부터 공연장까지 향하는 길은 검은색, 분홍색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춰 입은 팬들로 북적였다. 옷은 물론이고 모자, 액세서리, 가방, 휴대폰케이스, 심지어는 손톱까지 블랙핑크로 물들였다. 도로 곳곳에 배치된 안전요원과 경찰은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인원이 일제히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안내하며 질서를 유지했다.

현장에는 남녀 팬들이 고루 섞여 있었다. 걸그룹이지만 팬덤이 남성에 치중되지 않는다는 점은 블랙핑크의 대중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나란히 응원봉을 든 커플부터 부모와 함께 온 학생까지 눈에 띄었다. 현재 대규모 단독 콘서트를 열 수 없는 중국에서 온 팬들도 한국인 못지않게 많았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지속가능공연을 표방하며 현장에서 플라스틱 대신 종이팩에 담긴 생수 '블랙핑크 워터'를 판매했고, 관객의 이동·숙박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유어 그린 스텝' 부스 및 자원 재활용 인식 개선을 위한 부스도 운영했다.

공연장에 어둠이 내려앉고, 응원봉에 분홍색 불빛이 켜지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리프트를 타고 등장한 블랙핑크는 '킬 디스 러브'로 강렬하게 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다. 체감온도 30도가 넘는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멤버들은 날카롭게 랩을 내뱉고, 힘 있게 노래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블랙핑크 공연의 정체성이자 자신감인 밴드 라이브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고 연신 화려한 불꽃이 터지며 쾌감을 더했다.

히트곡이 아닌 게 없는 세트리스트는 글로벌 톱의 위치에 오른 블랙핑크의 저력을 실감케 했다. 데뷔곡 '휘파람'에 '불장난' '마지막처럼' '하우 유 라이크 댓' '뚜두뚜두' '핑크 베놈' '셧 다운' 등 국내외 음원차트를 휩쓸었던 히트곡 무대가 쉼 없이 이어졌다. 블랙핑크는 별다른 멘트도 없이 잇달아 라이브 퍼포먼스를 소화했고, 팬들은 더위도 잊은 채 환호와 떼창으로 화답했다.

YG와 전속계약을 끝내고 그룹 활동에 대해서만 재계약을 체결했던 블랙핑크는 지난해 개인 활동에 주력해 왔다. 전 멤버가 솔로 앨범을 내며 빈틈없이 활동해왔다. 덕분에 단체 신곡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솔로 무대를 만나볼 수 있었다. 멤버별로 추구하는 지향점을 확실하게 녹여내며 공연 전체의 완성도를 높였다.

지수는 '어스퀘이크' '유어 러브'로 중독성 강한 느낌의 곡에 댄서들과의 합, 유려한 선을 강조한 안무를 선보였다. 리사는 '뉴 우먼' '록스타'로 격정적인 연주에 어울리는 도발적이고 강인한 퍼포먼스로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솔로 앨범 '루비'로 음악성을 인정받았던 제니가 '만트라'에 이어 '라이크 제니'로 거친 랩을 내뱉을 땐 현장이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강렬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의 무대가 끝나자 관객들의 환호가 길게 이어졌다.

로제는 다채로운 구성을 준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계 카메라를 통해 백스테이지에서부터 걸어 나오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뒤 무대에 올랐고, 기타리스트와 단둘이 '3AM'을 완성해 감성적인 무드를 선사했다. 이어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선 그는 여름밤 바람을 맞으며 행복한 미소를 띤 채 '톡식 틸 디 엔드'를 감미롭게 소화했다. 미국 빌보드 '핫 100'에 36주 연속 진입하며 K팝 가수 최장 차트인 기록을 안겨준 '아파트'를 부를 땐 신나는 분위기에 맞춰 돌출 무대까지 힘차게 뛰쳐나갔다. 어린 관객을 무대로 올려 함께 손을 잡고 방방 뛰며 환상적인 추억을 쌓았다.

다만 열띤 호응 속에서 그라운드석의 관객들이 무대 앞쪽으로 몰려나와 질서가 무너지기도 했다. 이에 멤버들이 직접 "뒤로 가 달라", "자리에 앉아 달라"며 여러 차례 안전과 관련한 안내를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블랙핑크의 신곡 '뛰어'도 최초로 베일을 벗었다. '뛰어'는 EDM 테크노 장르로, '하나 둘 셋 뛰어'라는 가사 뒤에 이어지는 후렴이 강한 전자음 위주로 구성됐다. 서부음악 풍으로 시작하는 전주도 독특하다. 강렬한 힙합 베이스보다는 흥겹게 뛰어노는 무드로, 그간 블랙핑크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이라 호불호는 다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핑크는 "2년 만에 완전체로 모였는데 스타디움에서 공연하게 돼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의 고양에서 시작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스타디움을 채운다는 우리의 꿈이 이루어졌다"면서 서로 부둥켜안았다. 고양 이후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토론토, 뉴욕, 파리, 밀라노, 바르셀로나, 런던, 가오슝, 방콕, 자카르타, 불라칸, 싱가포르, 도쿄, 홍콩을 돌며 16개 도시 총 31회차 규모의 투어를 이어간다. 방탄소년단에 이어 K팝 그룹 두 번째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도 입성한다.

콘서트 티켓 분석 업체 투어링 데이터에 따르면 66회차로 진행됐던 블랙핑크의 직전 투어 관객 수는 181만명, 티켓 수익은 4376억원이었다.

오프라인 공연은 엔터사 매출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수익원으로, 블랙핑크는 이번 컴백을 공식화하면서 앨범 발매보다도 투어 일정을 먼저 공개했다. 앨범을 내고 새로운 무대를 꾸려서 월드투어를 도는 일반적인 흐름과는 다르다. 신보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 단 한 곡만 하나만 가지고 투어에 돌입한 상태다. 그런데도 핵심 IP(지식재산권)인 이들의 컴백은 YG의 주가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지난해 3만원대까지 추락했던 YG 주가는 블랙핑크의 컴백 소식과 함께 9만원대까지 치솟았고, 지난 4일 기준 8만4800원을 기록했다.

YG의 구원투수로 블랙핑크가 나서면서 후배 그룹들도 줄줄이 컴백,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베이비몬스터는 지난 1일 선공개곡 '핫 소스' 발표한 데 이어 9월 두 번째 싱글, 10월 1일 미니 앨범을 발매한다. 트레저도 오는 9월 1일 새 미니앨범을 발매한다.

블랙핑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YG는 이들의 활동 실적이 반영되는 시기를 적기로 삼아 '새로운 성장 동력'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총 4개의 신인 그룹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보이그룹 한 팀은 내년 데뷔를 목표로 준비 중이며, 걸그룹은 최대한 빨리 선보이고 싶다며 이미 4인조로 확정했다고 알렸다. 이어 4인조 걸그룹의 연습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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