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엔터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회사가 있다. 바로 빅뱅·2NE1·블랙핑크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테디 프로듀서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이다.
당초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산하 레이블로 출발했던 더블랙레이블은 2020년부터 독립 연예기획사로서 자립을 추진했다. 뛰어난 작곡 능력으로 정평이 난 테디의 명성에 걸맞게 2021년부터 시작한 투자 유치에는 새한창업투자 등 벤처캐피털(VC)들이 전환사채(CB) 인수 등으로 대거 참여했다. YG의 지분은 점차 줄었다. 지난해 말 21.59%였던 YG의 지분은 올 1분기 기준 14.55%로 축소됐다.
YG 소속 메인 프로듀서였던 테디는 더블랙레이블의 독립과 함께 회사의 수장으로서 걸그룹을 론칭하는 등 기존 음악 프로듀서 역할에서 더 나아가 제작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다만 초반에는 반응이 빠르게 오지 않았다. 솔로 가수인 전소미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컴백 시기도 계속 늦춰지면서 팬들의 불만이 나왔다. 테디의 야심작인 미야오(MEOVV)도 데뷔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디어 노출이 거의 없는 테디의 '신비주의' 노선을 밟는 게 신인에게는 역효과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로제가 더블랙레이블에 합류하고, '아파트(APT.)'로 글로벌 히트에 성공하면서 회사는 재차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여론을 즉각 수용, 미야오도 공격적인 마케팅과 언론 및 팬 접촉을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발매한 두 번째 싱글의 타이틀곡 '핸즈 업(HANDS UP)' 활동부터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실력파 신인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테디의 제작 능력 또한 재조명됐다.
결정적으로 불을 붙인 건 올데이 프로젝트다. 애니·타잔·베일리·우찬·영서로 이루어진 5인조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는 지난달 데뷔 직후부터 돌풍급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국내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고, 음악방송에서 데뷔 10일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도 94위로 진입했다. K팝 신에서 불모지로 여겨지던 혼성그룹의 성공에 업계가 떠들썩하다. 데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이자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딸 문서윤이 애니로 합류한다는 사실만 화제가 됐지만, 데뷔 이후부터 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호평을 얻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음악에도 테디를 필두로 더블랙레이블 사단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본업 잘하는'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앨범은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진입했고, 싱글 차트인 '핫 100'에도 2곡이 올랐다. 기세를 이어 전소미도 1년 만에 컴백한다.

더블랙레이블의 상장에도 이목이 쏠린다. 더블랙레이블은 YG에서 독립한 뒤 LB인베스트먼트 출신으로 펄어비스의 대표를 지낸 정경인을 대표로 영입, 테디가 프로듀서 및 제작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진용을 갖춰 왔다. 상장 시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회사는 수년째 적자를 기록해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때다. 지난해 사옥을 이전하면서 이에 따른 판관비 발생으로 당기순손실이 2023년 15억원에서 지난해 167억원으로 증가했다. 미야오에 이어 올데이 프로젝트까지 잇달아 신인을 론칭한 데 따른 개발 비용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자체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고, 팀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로제의 '아파트'가 크게 히트했지만, 기업 측면에서 중요한 건 직접 제작한 그룹이 잘 되는 것"이라면서 "타 중소와 비교해서 월등히 눈에 띄는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던 와중에 올데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됐다. 수익성에 치중하기보다는 퀄리티에 신경 쓰고, 음악을 잘하는 레이블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간 게 추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