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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당 2만원 꼴' 엄마들도 놀랐다…요즘 뜬다는 학원이 [이미경의 교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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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늘어나는 예체능 지출
사교육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주짓수부터 필라테스까지
키즈 시장, ‘비주류 종목’도 붐

정서도 챙기는 예체능 수업
맞벌이 부모의 돌봄 해법

콩쿠르·트로피까지 상업화
수익모델로 진화하는 학원가


인천 송도에 사는 강모씨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 딸을 위해 필라테스 학원에 등록하며 40만원을 지출했다. 1회 수업은 20분, 회당 수강료는 4만원으로 10분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2만원이다. 이는 인근 지역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필라테스 평균 강습료(1만3000원)와 비교해 53.8% 더 비싼 금액이다. 강 씨는 “성인 수업 보다 훨씬 비싸 깜짝 놀랐다”며 “아이 대상 수업은 안전이나 위생 등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 가격이 높다고 들었다”고 했다.
○‘주요 과목’보다 더 빠른 성장세
어린이를 대상으로한 예체능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예체능 사교육비 총액은 2022년 4조3973억원, 2023년 4조6879억원, 2024년 4조8797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문화센터나 단기 캠프 등 비정규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예체능 사교육 시장은 국어·영어·수학 등 이른바 ‘주요 과목’ 사교육 시장보다 더욱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체육교습업체 수는 2021년 1486곳에서 2023년 2651곳으로 7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내 교과과목 학원 수가 1만1647곳에서 1만2581곳으로 8.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훨씬 가파른 셈이다.

비주류로 여겼던 종목 중에서는 수강생 규모가 커져 전문 조직까지 생겨나는 사례도 등장했다. 키즈 주짓수 업계는 수요가 빠르게 늘자 지난해 한국키즈주짓수협회를 설립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주짓수 교육이 본격화되면서, 키즈 주짓수 전문가들이 교수법을 공유하고 교육 방향을 논의하는 전문 단체까지 등장한 것이다.
○맞벌이 가정엔 ‘보육 선택지’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학부모 입장에선 예체능 수업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예체능 학원은 교과 중심 학원 보다 분이기가 비교적 자유로워 아이들의 정서를 잘 살펴준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 A씨는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나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며 “이왕이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예체능 학원 위주로 등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교육 업체들은 자체 콩쿠르를 개최하는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 중인 장모씨는 “연 1회씩 자체 콩쿠르를 열고 참가비로 1인당 5만원씩 받는다”며 “상장이나 트로피 등은 별도 비용을 받고 제작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가 큰 곳은 외부 참가자까지 모집해 운영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훨씬 높아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예체능 학원에 보낼 때 활동의 목적과 필요성을 충분히 따져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손혜숙 경인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유아· 초등학생 시기는 신체·정서적 발달에 중요한 시기인 만큼 예체능 교육이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경제적 부담과 과잉 참여의 위험성, 아이의 흥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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