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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업비트를 잡는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에서 승리하리라 [ASA 오피니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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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테이블코인 초기 유통의 열쇠: 거래소
1.1 네이버페이 x 업비트 컨소시엄의 등장

2025년 7월 1일,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산업에는 꽤 큰 뉴스가 있었는데, 바로 업비트가 네이버페이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대해 제휴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1위 사업자와, 한국 간편결제 1위 사업자가 파트너십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내에선, 8개의 시중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을 만든다거나,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신한카드와 같은 핀테크 기업/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 명칭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다양한 은행, 금융 기관 및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관심을 보였었다.

즉, 현재 한국 시장에선 다양한 발행사로부터의 다양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만약 네이버페이와 업비트가 제휴하여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다면 이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장악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된다.

1.2 USDT와 USDC, 어떻게 성장하였는가?

1.2.1 거래소 지원이 핵심

BCG에 따르면 2024년 스테이블코인 트랜잭션 규모의 무려 88%가 암호화폐 거래로부터 나왔다. 스테이블코이느이 활용처로 결제, 송금, 은행간정산 등 다양한 분야가 언급되고 있지만, 이는 아직까지 암호화폐 거래가 스테이블코인 활용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초기에 스테이블코인이 유동성을 부트스트래핑하기 위해선 암호화폐 거래에 사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USDT와 USDC의 성장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2.2 USDT의 성장 과정

USDT는 초기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만든다는 목표보다는 J.R. Willett이라는 개발자가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이 아이디어는 마스터코인(Mastercoin)이라는 프로젝트로 구현되었고, 이는 추후에 USDT의 기술적 기반인 옴니 레이어(Omni Layer)가 되었다. USDT는 2014년 10월, 리얼코인(Realcoin)이라는 이름으로 옴니 레이어에서 발행되었고, 2014년 1월에 테더(Tether)로 이름을 바꾸었다.

USDT는 2015년 1월,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피넥스(Bitfinex)에 도입되며 본격적인 유통이 시작되었다. 이는 비트피넥스의 고위 임원들이 2014년에 BVI에 Tether Holdings Limited를 설립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 초부터 2019년 9월까지 USDT의 발행량이 1,000만 달러에서 28억 달러로 급증했는데, 이는 비트피넥스가 2017년 4월, 대만 현지 은행 및 웰스파고의 송금 서비스 중단으로 달러의 입금과 출금이 전면 중단되는 사례를 겪었기에, 거래소 사용자들의 USDT 사용이 강제되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에도 비트피넥스뿐만 아니라 바이낸스, 후오비, OKX 등 주요 글로벌 거래소들이 테더를 지원하면서, 이는 테더의 큰 성장 촉매제가 되었으며 테더가 암호화폐 시장 기축 통화의 역할로 자리잡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1.2.3 USDC의 성장 과정

USDC는 2018년 5월, 서클과 코인베이스가 설립한 Centre 컨소시엄에 의해 발표되었고, 같은 해 9월에 공식 출시되었다. USDT와 마찬가지로, USDC 또한 초기에 성장하는데에 있어 코인베이스 및 크라켄의 거래쌍 지원이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 USDC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더 나아가 이후에는 솔라나 네트워크의 주요 스테이블코인으로 채택되면서 온체인에서도 큰 성장을 보일 수 있었다.
2. 네이버페이와 업비트의 시너지 효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패권을 가져갔던 스테이블코인들이 모두 초기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크게 성장한 것으로 보아, 원화 스테이블코인 또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암호화폐 거래소와 협업하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간편결제 서비스 1위인 네이버페이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1위인 업비트가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한국 내에서 엄청난 뉴스일 수 밖에 없다.

2.1 한국 간편결제 서비스 1위: 네이버페이

네이버페이는 네이버파이낸셜에서 은행 계좌, 카드를 미리 등록해두고, 등록한 결제 수단을 통해 결제 및 송금을 지원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이다. 참고로 네이버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웹 포탈로, 검색엔진뿐만 아니라 뉴스, 블로그, 쇼핑, 지도 등 수 많은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에서 일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간편 결제 서비스가 약 4800억원을 차지하며 이 중에서도 빅3인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빅3 중에서도 네이버페이의 매출은 1조6000억원 정도로, 2, 3위인 카카오페이와 토스페이의 약 2배를 기록하고 있다.

2.2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1위: 업비트

한국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나라이다. 한국 금융위원회 산하의 FIU는 2024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여기선 재미있는 통계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하루 평균 거래 금액은 14조 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 유가증권시장 거래량(10조 8000억원)을 웃돌았다.

원화 예치금은 10조 7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의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로는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고팍스가 있는데, 이 중에서 업비트는 약 60~7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이다.

2.3 활용 예상 시나리오 및 파급력

업비트와 네이버페이가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어디에 활용될 수 있을까? 글의 편의를 위해 만약 둘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명칭을 nKRW로 가정하겠다.

2.3.1 예상 활용처

첫 번째는 업비트의 호가통화이다. 바이낸스, 바이비트와 같이 회색지대에 있어 어쩔 수 없이 법정화폐를 지원하지 못하는 거래소뿐만 아니라, 코인베이스와 같이 미국 규제를 완전히 준수하는 거래소에서도 USD 법정화폐와 함께 USDC 스테이블코인을 거래소 호가통화로 지원한다. 특히, 코인베이스의 경우 USD 마켓의 오더북과 UDSC 마켓의 오더북이 분리되어있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합하여 운영하기에 USD 보유자와 USDC 보유자가 집중된 유동성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nKRW가 업비트에 도입된다면, nKRW 보유자들은 지금의 원화 마켓에서 동일한 유동성으로 거래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존에는 업비트에 원화 충전금을 이체하기 위해선 은행을 거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어야 했는데, 네이버페이가 함께 참여할 경우,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은 손쉽게 nKRW를 충전하여 이를 업비트로 이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nKRW는 원화와 달리 은행정산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거래소 운영 측면에서의 강점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네이버페이에서의 결제통화로의 활용이다. 핀테크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에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페이팔의 PYUSD가 있다. 페이팔의 사용자들은 은행 계좌, 카드 등을 통해 PYUSD를 충전하여 앱 내에 보유하고 있을 수 있으며, 이를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nKRW가 도입될경우 네이버페이는 계좌, 카드, 네이버페이 머니에 이어 네 번째 결제 수단으로 nKRW를 지원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네이버페이는 굉장히 많은 곳에 사용된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자체 쇼핑 플랫폼뿐만 아니라, 주요 외부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곳에서 네이버페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nKRW가 도입될 경우 상당히 많은 활용처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현재 네이버페이는 네이버페이 머니에 연동된 카드 서비스도 제공하고있는데, 이의 연장선으로 nKRW 잔액으로 결제를 지원하는 카드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경우 기존 선불충전금처럼 카드 네트워크나 카드사를 거치지 않아 중개 수수료가 낮을뿐더러, 기존 시스템에 비해 정산시간까지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3.2 파급력

가장 희망적인 케이스로 플랫폼 내의 모든 원화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바뀐다면, 그 즉시 네이버페이와 업비트의 스테이블코인은 USDT, UDSC 다음으로 큰 세계 3위의 스테이블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않은 케이스이며, 5~10% 정도만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체되어도 페이팔의 PYUSD에 버금가는 규모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3. 마치며
3.1 그런데, 발행은 누가하지?

만약 다양한 은행, 기업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네이버페이와 업비트의 컨소시엄을 이기기는 어려워보인다. 업비트가 막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유통 성장을 견인하고, 어느정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을 때 네이버페이가 이를 송금,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장기적인 성장까지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누가하는 것일까? 초기에 USDC는 서클과 코인베이스가 공동 설립한 Centre의 거버넌스 아래에서 서클이 발행자의 역할을 수행하다가, 2023년 8월 Centre 컨소시엄이 해체되고, 모든 거버넌스와 발행 권한이 서클로 단일화되었다. 페이팔의 PYUSD 케이스를 보더라도 페이팔은 유통, 브랜딩에 참여할 뿐 실제 발행은 팍소스에서 담당한다.

네이버페이와 업비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네이버페이가 서클의 역할을하고, 업비트가 코인베이스의 역할을 하여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면되는 것 아니냐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르면 "자기 또는 특수관계자가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즉, 핀테크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서 유통까지 담당하는 모델은 현재 법상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에 따르면 해당 조항의 적용을 암호화폐 거래소 내 트레이딩에 한정한다면 핀테크 기업의 발행과 유통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하며,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법 해석의 여지에 따라 네이버페이가 직접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으며, 만약 이것이 불가능해질 경우 제 3의 은행 혹은 민간 발행사가 함께 컨소시엄에 참가하여 발행을 담당해야될 것이다.

3.2 온체인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

네이버페이와 업비트가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예치금과 유통 채널을 생각하면, 전 세계 탑 10의 규모를 가진 스테이블코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온체인 디파이와 연계될 수 있을까? 나는 이에 대해 초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첫 번째 이유는 한국의 엄격한 외환법이다. 한국은 1997년 IMF 외환 사태 이후로 굉장히 엄격한 외환법을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가 가속화된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에 준하는 자격을 가질 확률이 매우 높으며, 이는 온체인으로의 전송을 어렵게 만들 여지가 있다. 현행법상 $10,0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송금/수취/환전 등만 해도 자동으로 신고되고 서류를 작성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온체인으로의 출금은 꽤 제한될 여지가 높다.

두 번째 이유는 원화에 대한 낮은 글로벌 수요이다. 디파이 프로토콜이 추구하는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예치금 확보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글로벌 수요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글로벌 온체인 유저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거의 기축통화로 사용하고 있지만, 만약 특정 디파이 프로토콜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서비스에 도입할 경우 그 고객은 한국 내에 존재하는 소수의 온체인 유저로 한정될 확률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그 자체의 규모가 다른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에 준할 정도로 커진다면, 이 정도의 수요만으로도 글로벌 디파이 프로토콜에 큰 득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3.3 디지털 G2를 위한 메가 스테이블코인의 탄생

글로벌 결제 점유율에서 원화는 0.2% 미만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상위 20위 안에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결제 수요가 낮은 화폐이다. 다만 위에서 대략적으로 계산해보았듯이, 네이버페이와 업비트가 발행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예치금의 5% 정도만 차지해도 유로화의 대표 스테이블코인인 EURC의 규모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과연 핀테크 1위와 암호화폐 거래소 1위의 컨소시엄이 성공할 수 있을지, 한국 내 다른 플레이어들은 이에 대응하여 어떤 새로운 전략을 펼칠지 지켜보도록 하자.

*아시아 스테이블코인 얼라이언스(Asia Stablecoin Alliance)는 포필러스의 강희창, 복진솔, 그리고 레이어제로 한국 알렉스림(임종규) 대표가 시작하여 아시아 전역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촉진하고, 명확한 규제 환경 구축과 견고한 기술 인프라 개발을 위한 리서치 및 교류 플랫폼으로써 출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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