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역대급' 대출 규제(6·27 부동산 대책)를 시행하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7주 만에 꺾였다.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한강 벨트' 지역에서는 계약 취소도 빗발치고 있다.
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6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4% 올라 전주(0.43%) 대비 상승 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0.19% △0.26% △0.36% △0.43% 등 급등을 거듭하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줄어든 것은 8주 만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해 신규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매수한 주택에 거주하던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집주인이 받던 생활안정목적 주택담보대출도 1억원으로 제한됐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유례없는 대출 규제로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데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도 어려워 계속 세입자를 들여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대출 규제 이전에 매매약정서를 체결했지만, 토지거래 허가 신청이 늦어져 규제 대상에 오른 경우도 다수 발생했다. 토허제 지역에서는 토지거래허가 접수일 기준으로 6억원 대출 한도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간인 6월 다섯째 주 체결된 계약 가운데 58건이 취소됐다. 계약 취소는 그간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한강 벨트에 집중됐다. 영등포구가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 6건 △성동구 5건 △마포·양천구 4건 △노원·동작·서대문·서초·중랑구 3건 등이 뒤를 이었다.
규제가 발표된 지난달 27일 성동구에서는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전용 84㎡가 전날 18억6000만원(2층)에 계약됐다가 취소됐고 옥수동 '옥수삼성' 전용 84㎡도 19억8000만원(9층)과 20억원(17층) 계약이 모두 취소됐다. 마포구에서도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의 19억5000만원(7층) 계약이, 성산동 '성산시영' 전용 59㎡의 13억9000만원(11층) 계약이 어그러졌다.
송파구 잠실동 대장주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도 계약 해지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27일 트리지움 전용 84㎡ 32억원(20층) 매매 계약 1건이 해약됐다. 같은 날 재건축 잠룡으로 꼽히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도 전용 131㎡ 역시 34억원(6층) 계약이 해지됐다.
이어진 계약 해지에 자치구별 상승률도 전주 대비 꺾였다. 성동구가 행당·하왕십리동 역세권 위주로 0.89% 올랐지만, 전주(0.99%) 대비로는 상승 폭이 줄었다. 마포구 역시 성산·신공덕동 주요 단지 위주로 0.85% 뛰었지만, 전주(0.98%) 대비로는 약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와 주요 단지 등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상승했다"면서도 "선호 지역 내 매수 문의가 줄어들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셋값 상승률도 꺾였다. 6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7% 올라 전주(0.09%) 대비 낮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강동구가 둔촌·고덕동 대단지 위주로 0.32% 뛰었고 동작구도 상도·사당동 위주로 0.16% 올랐지만, 서초구가 잠원·반포동 위주로 0.15% 하락했다. 성동구도 단지별로 혼조세를 나타내면서 전체적으로는 보합에 머물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