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사업 시행으로 인한 토지 수용 절차는 복잡한 법적 흐름과 보상 감정평가를 동반한다. 특히 기존의 보상금이 낮게 책정됐다고 판단해 이의신청을 고려하는 경우에 보상금을 받으면(수령하면) 더 이상 이의신청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보상금을 수령하고도 계속 이의신청할 수 있는지는 보상 절차의 단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혼선이 없도록 꼼꼼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먼저 협의 보상 단계에서는 보상금을 수령하면 해당 금액으로 사업시행자와 사법상 계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이의신청 절차가 종결된다. 따라서 보상금에 대한 이의신청을 염두에 두는 경우 협의 보상에서는 보상금을 수령하면 안 된다.
그러나 협의 보상의 이의신청 단계인 수용재결에서는 ‘이의 유보’를 전제로 보상금을 수령한다면 계속 이의신청을 이어갈 수 있다.
수용재결 단계에서는 강제수용권이 발동돼 사업시행자는 토지에 대한 보상금 지급 의무의 이행을 전제로 피수용자(토지주)의 소유권을 강제로 취득할 수 있다. 설령 토지소유자가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법원에 보상금을 공탁함으로써 보상금 지급 의무를 온전히 이행할 수 있다.
정리하면 수용재결 단계에서는 토지소유자가 보상금을 찾아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소유권은 수용의 개시일에 사업시행자에게 이전된다.
따라서 수용재결 보상금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라도 이미 산정되어 있는 보상금은 찾아오는 것이 온당하다. 토지주가 돈도 못 받은 채로 소유권만 빼앗긴다면 그야말로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다.
다만 수용재결에 대해 이의신청을 지속하려면 토지소유자는 보상금을 출급할 때 ‘이의 유보’ 의사표시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이후의 이의신청 절차(이의재결 또는 행정소송)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의 유보란 “보상금을 수령하되 여전히 이 금액에 불복하며 다툼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사표시다.
실제로 필자가 처리했던 한 사례에서는 토지소유자가 수용재결 보상금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을 진행했고 이의재결 감정평가 현장 조사까지 마쳤으나 최종적으로는 이의신청이 각하된 적이 있다. 토지소유자가 공탁금을 출급하면서 이의 유보란에 체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토지주는 수용재결 이후로도 법률에서 보장하는 이의신청 절차를 모두 진행할 의지를 갖고 준비했는데 순간의 실수로 보상금에 불복하는 모든 노력이 무산되고 절차가 종료되어 굉장히 낙담했다. 반드시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수용재결에 대한 이의신청은 재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30일이 지나면 이의재결 절차는 진행할 수 없고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바로 제기해야 한다.
행정법원으로부터 보상금 산정을 의뢰받고 법원 감정을 진행하면서 직전 과정을 살펴보면 종종 이의재결을 건너뛰고 수용재결에서 바로 행정소송으로 넘어오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재결서 정본 수령 후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제기하지 못한 경우와 기간을 놓치지 않았더라도 전략적으로 이의재결을 거치는 것보다 바로 행정소송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한 경우다.
이의재결에서 간혹 수용재결 대비 보상금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만약 이의재결에서 보상금이 줄어들더라도 기존 수용재결 보상금을 줄어든 만큼 반환하는 것도 아니므로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이의재결을 거쳐 행정소송으로 가는 것이 한 번의 증액을 더 도모하는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별 사안에 따라 상이하므로 보상금 이의신청의 실익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보상 전문 감정평가사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정평가 결과의 흐름과 전략을 예측할 수 있는 전문적 인사이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