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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친 누나 이름도 박보영, 누나가 본 보영이 누나와 키스신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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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주말드라마 '미지의 서울' 이호수 역 박진영


이젠 배우다.

박진영이 tvN 주말드라마 '미지의 서울'로 연기자로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룹 갓세븐으로 데뷔하기 전 KBS 2TV '드림하이2' 주연으로 배우로 먼저 연예계에 데뷔한 박진영이지만 연기 경력 13년 만에 진가가 발휘됐다는 평이다. 군 전역 후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에 이어 '미지의 서울'까지 호평이 쏟아지자, 그는 "너무 좋다"면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들뜨지 않으려 한다"면서 "제가 그동안 힘든 사랑을 많이 했는데, 이젠 더 빨리 사랑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전해 웃음을 안겼다.

'미지의 서울'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쌍둥이 언니를 위해 동생이 서울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지난 29일 종영 당시 최고 시청률 8.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올해 방영된 tvN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진영이 연기한 이호수는 훤칠한 외모에 유명 로펌의 변호사로 완벽해 보이는 조건과 달리 10대 시절 목숨을 잃을 뻔한 교통사고로 지독한 물리치료를 통해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된 인물이다. 여기에 간헐적으로 귀까지 들리지 않는 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간다.

자신의 장애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다가와 준 쌍둥이 중 동생 미지를 오랫동안 짝사랑했고, 그 첫사랑을 이루면서 시청자들의 응원도 받았다.

4살 연상 '누나' 박보영과 로맨스 호흡을 맞춘 박진영은 친누나 이름도 박보영이었다. 그에게 "보영 누나가 보영 누나와의 키스신을 어떻게 봤다고 하던가"라고 묻자, "저희 보영 누나는, 이 보영 누나도 저희 보영 누나긴 하지만"이라며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해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도 "저랑 피를 나눈 보영 누나는 따뜻한 미래 같은 성격"이라며 "'재밌네' 정도 메시지를 보내줬는데, 그것만으로 큰 애정과 사랑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진영과 일문일답.
▲ '미지의 서울'이 최고 시청률로 마무리됐다.

= 좋은 사람들과 재밌게 촬영했다. 그 과정을 행복해서 '이것만으로도 좋다' 싶었는데, 큰 사랑까지 받으니, 순진한 말인 거 같지만, 진심이 통한 거 같아 감사하다. 마냥 행복했다.

▲ 어떻게 출연을 결정하게 됐을까.

=대본을 처음 봤을 땐 호수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누굴까' 싶었다. 그런데 한쪽 귀가 안 들린다는 설정임에도 피해자와 약자에게 귀 기울이는, 누구보다 들으려 했다는 그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요즘 이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힘들 때 이런저런 말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서포트해주는 지점이 후반부로 갈수록 짙게 다가온 거 같다. 연기를 하다 보면 그 친구의 일부분이 저에게 남는 경험을 했다. 호수라는 친구가 나에게 남아서 살아간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 원래 에너제틱하고 활발한 이미지로 알려졌다. 호수는 정반대의 모습인데 어떻게 연기했을까.

= 먼저 호수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스스로 많이 반성했다.(웃음) 제가 말이 빠른 성격은 아니다. 멤버들과 있을 때 말이 빨라지긴 해도 다른 친구들보다는 느리다. 그걸 극대화하면 말투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설정에 '말이 느리다'고 적혀 있진 않았지만, 제가 대본을 보며 느낀 건 '말은 많은데 왜 이렇게 느리지'였다. 그렇게 다가가려 했다. 원래 저는 성격이 급하다. 그 부분이 아주 달랐다. 또 잘 들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제가 부족한 부분은 감독님이 채워주셨다. 감독님의 얘기를 듣고, 신뢰하고 간 부분에서 호수처럼 보이게 된 거 같다.

▲ 호수라는 인물에 '멋있다'는 반응도 많더라.

= 감사하다. 솔직히 외모적으로 호수는 최대한 멋있어 보이지 않으려 했다. 동창회에 갈 때도 2대8 가르마로 '안 멋있다'는 설정으로 찍었다. 그런데 멋있다고 해주셔서 다른 부분을 봐주시나 싶었다. 호수라는 사람이 좋아서 외모까지 멋지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다.

▲ 호수는 장애와 비장애인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다.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을 듯하다.

= 저도 많이 생각했다. 큰 장애가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평이하게 가는 것도 아니다. 남들보다 못 듣지만 그러기에 더 잘하고 싶어서 스스로를 검열하고 또 검열했을 거 같더라. 그래서 말도 반 템포 늦게 시작했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말하는 거다.

▲ 극중 명대사도 많았다. 가장 와닿았던 게 있었나.

= 저도 이 질문이 나올 거 같아서 찾아봤다.(웃음) 실제 로사가 유명을 달리할 때 상월에게 하는 말 중에 '언젠가 널 알아줄 사람이 올 거다'고 하는 말이 와닿았다. 저도 그 말을 들을 때 위로가 됐을 거 같더라. 그리고 세진의 할아버지가 '왜 종점까지 가려 하냐. 중간에 내려도 된다. 시작이 중요하지, 끝이 뭐가 중요하냐'라고 하는데, 그것도 요즘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 같았다.

▲ 전역 후 첫 작품이었다. 부담도 됐을 거 같다.

= 정말 부담됐다. 제작발표회때 '편안했다'고 했지만, 정말 긴장하고 부담이 많이 됐다.(웃음) 그런데 감독님도 그렇고, (박)보영 누나도 그렇고 정말 편하게 해주셨다. 그래서 긴장이 안 된 것도 있고, 긴장하면 오히려 제가 잘못한 거 같더라.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긴장을 한다고?' 이런 거다.

▲ 박보영과 호흡은 어땠나.

= 처음 대사 맞출 때부터 정말 편하고 잘 맞았다. 더 거리낌 없이 연기를 했다. 미래인척 하는 미지와 미지인척하는 미래를 상대해야 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고민됐는데, 제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앞에서 선배가 해주니까 전 반응만 하면 됐다. 이번 드라마가 좋았던 건 리액션하는 재미가 있었다는 거다.

▲ 호수는 미래가 미지인 걸 언제 알았나?

= 처음부터 알았던 거 같다. 그런데 대사처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 그리고 날카롭게 미지가 말하지 않나. '자의식 과잉'이라고. 그래서 '본능이 틀렸나 보다'하고 자제하는데도 '훅훅' 들어오는 거다. 호수는 이성적으로 말이 안 되면 꾹꾹 감정을 눌렀을 거 같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미래와 호수가 대화할 땐 서로 눈에 영혼이 없다.

▲ 쌍둥이 연기를 하는 박보영을 촬영장에서 볼 땐 어땠나.

= 그럴 땐 최대한 조용히 있었다. 대사량이 엄청나다. 80%가 미지, 미래니까. 대본만 봐도 얼마나 힘들지가 느껴졌다. 그런데 그걸 다 외워서 하더라. 경이로웠다. NG낼 때 무릎 꿇고 싶었다. 시선을 잘못 두고. 보영 누나는 정말 잘한다. 기계처럼 탁탁탁 봐야 할 곳을 본다. 그런데 전 다른 곳을 보니까.

▲ 실제 누나 이름도 박보영이라고 배우 박보영이 말하더라. 보영 누나는 보영 누나와의 키스신을 어떻게 봤다고 하던가.

= 저희 보영 누나(웃음), 물론 여기 보영 누나도 저희 보영 누나가 맞지만. 피가 섞인 보영 누나는 티를 거의 안 낸다. 따뜻한 미래 같은 성격이다. '재밌네' 정도 메시지를 보내줬는데, 그것만으로 큰 애정과 사랑을 느꼈다. 보영이가 보영이 얘길 하지 않는다.

▲ 갓세븐 멤버들 반응은 어땠나.

= 말랑말랑한 장면이 나오면 꼭 그렇게 연락한다. 재밌게 봤다고, 너의 비즈니스 잘 봤다고 하더라. 정말 뿌듯하게 연락을 줬다.

▲ 최근 '연기자 박진영'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인기를 실감하나.

= 예전엔 마음이 급했다. 지금도 사실 급한데(웃음) 예전엔 제가 준비한 걸 생각한 대로 못하면 자책하며 준비한 대로만 하려 했다. 이번 작품을 하다 보니 너무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많아서 '선배님만 믿고 가자' 했는데, 제가 준비한 것보다 더 좋더라. 감독님도 귀신같이 디렉션을 주셨다. 그렇게 제가 '좀 들으려 하는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군대에 가기 전엔 왜 안 들었을까 후회도 됐다. 제가 돌아다니지 않아서 변화를 크게 느끼진 못했는데, 인터뷰도 많이 와주시고, 이런 걸 보면서 조금씩 느낀다. 또 '하이파이브' 무대 인사를 다닐 때, 영화관에서도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얘기해주시더라.

▲ 영화를 같이 한 이재인이 박보영의 아역으로 나온다.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 무대 인사를 하면서 만났는데 드라마 얘기를 많이 했다. '영화도 잘되는데 드라마도 잘된다', '감사하지 않냐' 이랬다. 저보다 어린 건 재인 씨인데, 그땐 제가 더 어리게 행동한 거 같다.

▲ 영화에선 악역인데 극과 극의 연기를 보여준 거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더 남다를 거 같다.

= 동시다발적으로 나와서 타이밍이라고도 생각한다. 자주오는 기회가 아니다 보니 너무너무 기뻐서 들뜨고도 싶은데, 들뜨면 안 되겠더라. 그래서 선배님들 기사를 찾아보니까 이럴 때일수록 좋은 걸 보고 경험하면서 겸손하게 행동하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꾹꾹 누르려 하는데, 너무 기쁘다.(웃음)

▲ 반응은 안 찾아보나.

= 어디서 봐야 할지 몰라서 엑스로 '미지의 서울' 검색해봤다. 그런데 반응이 좋아서 더 이상 안 봤다. 너무 제가 들뜰 거 같더라. 그래서 최대한 안 찾아보려고 했다. 제 이름을 검색하는 것도 낯간지럽고. 너무 많은 진영이 있어서 상처받고 싶지도 않고.(웃음)

▲ 지금은 포털에서 박진영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긴 한다.

= 정말요? 감사하다. 그런데 잠깐일 거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분(가수 박진영)은 유쾌하기도 하지만 전설이지 않나. 그리고 전 회사(JYP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님이기도 했고. 전 PD님을 보고 오디션을 본 거라 존경하는 선배이기도 해서 뛰어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 같다. 좋은 시기에 많은 분이 알아봐 주셔서 올라간 거 같다. 그래도 배우 박진영으로 알아봐 준다는 반증이라 감사하고 싶다.

▲ 사실 갓세븐보다 연기 데뷔가 먼저였다.

= 닭이 먼저나 달걀이 먼저냐 같다. 어쨌든 전 이렇게 일하고 있고. 저의 선배들이 가수, 연기를 같이하며 길을 열어준 덕도 많이 본 거 같다. 둘 다 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 잘하는 건 모르겠지만 '하고 있다'는 건 다방면으로 가능한 거라 활동이 더 재밌어지는 거 같다.

▲ 극중 이충구 변호사 역을 맡은 임철수 배우는 '박진영과 촬영하면서 반성했다'고 하더라.

= 촬영 끝나고 태국 공연을 다녀왔는데, 선배님 선물을 사 와서 그런 거 같다. 좋은 위스키를 드렸다.(웃음) 보영 누나 다음으로 같이 많이 촬영해서 친해졌다. 현장에서 정말 감사한 게, '믿고 있다'는 말을 계속해주셨다. 그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잘해내고 싶더라. 그런 진심을 봐주신 게 아닌가 싶다. 또 선물을 드려야겠다.

▲ '미지의 서울' 등장인물들은 화려해 보이는데, 다들 상처가 있지 않나. 본인도 아이돌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런 남들은 모르는 상처가 있었을까.

= 저도 대본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장애가 있는 걸 모르면 호수는 대형 로펌 변호사고, 미래는 공사 직원이고. 남들이 보기에 빛나 보이지만 곪아 있을 수 있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하는 게 이 드라마 같다. 또 미지에게 문을 열고 닿는 건 중요한 포인트인데, 미지가 문을 닫고 들어가면 할머니든 엄마든 자기 사람에 문 앞에 있지 않나. 저도 힘들 때 제 사람에게 찾아간다. 그 표정을 보며 얘기하면 이 일이 심각한 건지 아닌 건지 티가 나더라. 내 사람이 반응하는 걸 보고 '별거 아니구나', '너무 깊게 생각했네' 싶을 때도 있었다. 잠깐 털어놓으면 많이 좋아지는 거 같다. 저는 나긋나긋하고 조용한 성격이 싫었다. 아이돌로 활동하다 보면 텐션을 올려야 하는 상황들이 많지 않나. '왜 난 끌어 올리지 못하지' 싶더라. 그걸 못하는 게 스스로 싫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대사처럼 멤버들도 주변 사람들도 알고 있더라. 전에는 그걸 감추고 싶었는데, 힘들어하지 않아도 됐다는 걸 알게 됐다.

▲ '미지의 서울' 속 로맨스는 요즘 드라마에서 보기 쉽지 않은 느린 속도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호수 때문에 미지가 답답했겠다'는 반응도 있다.

= 미지는 그런 호수라 더 좋아한 게 아닐까. 저는 제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긴 하다.

▲ 30대를 여는 작품이다. '미지의 서울'은 연기 인생에서 어떤 의미일까.

= '미지의 서울'을 통해 함께 하는 게 재밌다는 걸 다시 느꼈다. 1년 반을 (군 복무로) 떠났다가 온 거라 '따로 놀면 어떡하나' 걱정을 안 한 게 아니다. 그런데 좋은 사람과 좋은 이야기를 함께하는 즐거움, 혼자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또 느꼈다. 같이할 수 있는 걸 앞으로도 더 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엔 더 서로 마음을 빨리 아는 사랑 얘기도 하고 싶다.(웃음) 제가 그동안 힘든 사랑만 해서.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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