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전 총리는 그간 수사기관 등에 국무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을 설득해 계엄 선포를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실에서 계엄문건을 사전에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확보된 대통령실 CCTV에는 한 전 총리가 계엄 문건을 살펴보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이틀 뒤인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계엄 선포문에 서명했고, 얼마 후 “사후 문건이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폐기를 요청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강 전 실장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헌법 82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한다’고 지적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했고,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을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되면 한 전 총리에게 불법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방조한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조사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른 국무위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이 제기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밤 대통령 관저에서 이 전 장관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의 기소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보내 긴장을 조성하려 했는지가 핵심이다. 특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소속 연구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에겐 북한 공개 무인기와 국방과학연구소 납품 무인기의 유사성과 제작 경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조사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과 관련해 안전대책 수립을 지시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과실치사 혐의를 집중 추궁했지만 임 전 사단장은 상당 부분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임 전 사단장은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업무상 과실치사, 구명 로비 등에 대해 세부적인 부분들을 소명하고 진술이 필요 없는 부분은 안 했다”고 말했다.
황동진/정희원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