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국내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케미는 인정받았지만 “기억 상실에 시한부 설정까지 나오는 막장 전개”라는 비판도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과장된 전개를 싫어하는 시청자조차 ‘거꾸로 된 성 역할’ 설정이 주는 카타르시스에는 공감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여성 중심의 세계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남성의 모습이 위로로 다가온 것이다. 특히 평소 로맨스 장르를 즐겨 보지 않던 시청자까지도 “이 조합이 주는 안정감과 신선함이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결국 드라마일 뿐이다. TV 밖 현실의 여성은 여전히 많은 것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라지만, 그 선택을 짓누르는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는 견고하다. 경력 단절, 육아와 가사노동의 불균형, 여전히 존재하는 유리천장. 무엇보다 “아이를 낳으라”는 목소리는 있지만, 정작 여성이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은 잘 들리지 않는다.
출산율은 단순한 인구 통계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회가 여성의 삶을 존중하는지, 여성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여성의 희생 위에서 세운 출산 정책은 오래가지 못한다. 여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어야 가정이 건강해지고, 그래야 아이도 태어날 수 있다. 여성이 행복해야 미래가 지속된다.
이런 인식 전환은 제도와 정책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문화와 교육의 변화가 함께해야 한다. 여성이 ‘버티는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우리는 단순히 유능한 인재가 아니라 자기 삶을 사랑하고 타인과 공감하며 세상을 바꾸는 여성 리더를 기르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더 이상 눈물로 버티는 ‘여왕’이 아니라 웃음으로 세상을 바꾸는 여성을 키우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며, 대학이 앞장서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