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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에스파, 2000대 감성 건드렸지만 촌스럽지 않은 이유 [TEN스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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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의 송라이터》
현직 싱어송라이터인 이민경 기자가 음악인의 시각에서 음악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곡의 숨겨진 의미부터 들리지 않는 비하인드까지 분석합니다.

그룹 에스파를 필두로 혼성 그룹 KARD(카드)까지, K팝의 주류가 2000년대 뉴트로로 흘러가고 있다.


혼성 그룹 KARD는 2일 오후 6시 'DRIFT'(드리프트)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Touch'(터치)는 2000년대 감성을 기반으로 한다. 곡에 쓰이는 사이렌 소리나, 점차 음이 떨어지는 전자 플럭(현을 튕기는 듯한 전자 소리), 마디가 시작될 때 화성으로 쓰이는 짧은 현악기, 옛 EP(일렉트릭 피아노) 소리 등 전반적인 옛 Y2K 감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스타일의 대표적인 곡으로는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Toxic'(톡식), 가수 이효리의 '10 minutes'(텐 미닛) 등이 있다. 실제로 편곡에 참여한 멤버 비엠은 2000년대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의 프로듀서가 쓰던 편곡 방식을 차용했고, 보컬 디렉팅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방식을 사용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Touch'가 옛 감성 그대로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에는 보컬 디렉팅과 세련된 믹싱이 있다. 기술이 부족했던 과거 곡처럼 평면적인 이미지를 가져가는 대신, 입체적으로 악기와 보컬을 배치해 입체감을 살렸다. 또 혼성 그룹에서 남성이 랩을 하고 노래를 여성이 했던 과거와 달리, 전지우의 중저음 역대 랩이 합쳐져 곡의 매력을 살렸다. 전소민의 보컬도 세련된 2020년대 K팝 발성에 가깝기 때문에, 곡의 무드가 과거를 지향하고 있다고 해도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에스파도 지난달 27일 'Dirty Work'(더티 워크)를 공개하며 2000년대 감성을 선보였다. 이 곡은 2일 기준 유튜브 음악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 멜론 TOP 100 차트 2위에 오르는 등 사랑받고 있다. 메이크업에서부터 과거 브리트니 스피어스,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이 하던 스모키 스타일을 해 섹시함을 강조했다.

편곡에서는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Poker Face'(포커 페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Womanizer'(우머나이저), 케샤(Kesha)의 'tik tok'(틱톡)에서 보이는 전자 음악의 특징을 강하게 띤다. 베이스 소리가 왜곡된(distorted) 사운드고, 드럼 스네어 역할을 클랩(박수소리)가 맡고 있다.

에스파는 여기서 '미니멀리즘'으로 차별점을 줬다. 보컬에서 최대한 화려함과 재미를 뽑고 음원 트랙 자체에서는 굉장히 무게를 덜었다. 후렴 부분에서 베이스 소리와 같은 음을 따라가는 신스, '또로록' 굴러가는 듯한 플럭 소리, 드럼 소리 말고는 청자에게 느껴지는 소리가 없을 정도다. 각종 악기가 쉴 틈 없이 나왔던 과거 음악 스타일과 대비된다. 보컬에선 속삭이는 소리부터 화성학적으로 음에 맞지 않는 다양한 소리까지 모두 넣으면서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2000년대 음악 및 메이크업 스타일은 앞서 그룹 아이들(idle)이 지난 5월 'Good Thing'(굿 띵)을 발매하며 먼저 시도했던 바 있다. 이들은 곡에 세련된 요소를 더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2000년대 감성에 충실해 아쉬움을 남겼다. 2025년의 세련된 보컬과 단순한 반주 구성으로 표현한 '2000s 감성'은 이제 K팝 주류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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