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 '악어 알카트래즈'라고 불리는 불법이민자 임시 수용시설에 다녀오는 길에 기자들과 비행기 안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을 상대해 왔는데, 합의를 할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겠다. 의심스럽"고 강조했다. "일본은 매우 유능하지만, 매우 이기적"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총평이다. 그는 "나는 일본을 사랑하고 새로운 총리(이시바 총리)도 정말 좋아한다"면서도 "그들은 30~40년간 우리를 속여 왔기 때문에 협상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했다.
이틀 연속으로 쌀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산) 쌀을 수입하지 않는다"면서 "쌀이 절실히 필요한데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또 "그들은 자동차 수백만 대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그들에게 자동차를 한 대도 팔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서 "그들은 매우 불공정했으며,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잘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SNS에 올린 글에서 세계 각국이 미국에 '버릇없이 군다(spoiled)'는 무례한 표현을 써 가며 관세협상 타결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쌀이 모자라면서도 우리 쌀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30%, 35% 또는 우리가 결정하는 수치(의 관세율)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우리는 일본과의 무역 적자가 매우 크고, 이는 미국 국민에게 매우 불공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4월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24%인데 이보다 높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4월2일에 발표한 상호관세율은 '미국의 무역적자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그릇된 전제 하에 대일 적자규모에 기반해 미국이 자의적으로 계산한 수치다.
트럼프 정부는 오는 8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유예기간 만료 전에 각국과의 협상을 마무리짓는 성과를 내기 위해 최대한의 압박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일본을 타깃으로 삼아 언급하는 경향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무난한 협상 상대방으로 여겼던 일본이 자동차 관세 폐지를 요구하며 '버티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은 그러나 쉽게 쌀 시장 등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하기 어려운 처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상호관세 유예기간 연장을 언급하던 지난 주와 달리 이번 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톤을 맞춰 8일까지 협상이 '줄줄이(flurry)' 타결될 것이라면서 "선의로 협상하더라도 결승선에 이르지 못한 나라에는 고율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완고한 태도"를 언급했는데, 7차례나 협상했으나 구체적으로 진전을 보지 못한 일본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있는 단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가지고 나와서 강요하는 바람에 일본 측 협상단이 모욕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에 자동차를 많이 파는 만큼, 일본도 미국 차를 사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덩치가 크고 기름을 많이 먹는 미국 차량이 일본 내에서 시장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모른 척 하는 셈이다. 일본제철이 미국 정부에 황금주를 제공하는 조건을 포함해 140억달러를 들여 US스틸을 인수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기 공으로만 돌렸을 뿐 관세 협상은 '별개'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정권 교체 과정으로 인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척이 더디다. 새 정부의 협상팀은 지난 주 처음으로 워싱턴DC에 왔던 만큼, 오는 8일까지 한국이 구체적인 협상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협상 쟁점은 비슷한 만큼 일본이 겪는 어려움은 한국에도 큰 관심사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57개 경제주체(56개국+유럽연합)에 차등화된 상호관세를 지난 4월 9일 발효했다가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중국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 유예 조치는 8월12일까지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