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이 코스피 레버리지를 사고 있네요. '상승장'에 베팅하나 봅니다."(포털사이트 주식토론방에 올라온 글)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말입니다. 개인보다 투자 역량이 월등한 기관이 코스피 '상승'에 베팅했으니 추가 매수해야 한다는 게 누리꾼의 해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착각일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기관이 순매수 물량 중 상당 부분은 실제 투자 방향성과 무관한 유동성 공급 목적의 매매이기 때문입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관 투자자 순매수 1위는 'KODEX 레버리지' ETF입니다. 순매수액은 5145억원에 달했습니다. 2위 네이버(2666억원)의 2배 수준입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도 2000억원 넘게 사들였습니다. 이 ETF는 모두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의 일일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합니다. 지수가 오를 때,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지난달 코스피200은 15.29%, 코스닥150은 6.1% 올랐습니다. 덕분에 KODEX 레버리지는 32.65% 급등했고,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도 11.76% 상승했습니다. 언뜻 보면 기관이 레버리지 투자에 성공해 높은 수익을 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기관이 코스피 상승에 대비해 레버리지를 매입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상당수 물량이 유동성공급자(LP)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를 비롯한 유동성공급자는 ETF가 원활히 거래될 수 있도록 호가를 내는 역할을 합니다. LP는 유동성 공급을 위해 증시 방향성이나 투자 포지션과 관계없이 개인이 팔아치운 물량을 매수해 받아내곤 합니다. 이 때문에 개인의 순매도 상위 ETF는 대부분 기관의 순매수 상위 ETF가 됩니다.
지난달 개인은 KODEX 레버리지를 5029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1952억원 순매도했습니다. 기관 순매수 규모와 비슷합니다. 다시 말해 기관이 능동적으로 레버리지를 사들였다기보다 개인의 매도 물량을 소화했다는 게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대부분 LP 역할을 하는 금융투자가와 개인이 주로 거래합니다. 연기금은 거의 거래하지 않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프랍트레이딩(자기자본 매매)을 위해 레버리지 ETF를 매매하는 기관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과거보다 ETF에 투자하는 기관 자금이 늘어났지만,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수급의 주체는 개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기관의 포지션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지표로 선물 순매수량이 있습니다. 선물 순매수량이 많으면 '롱', 순매도량이 많으면 '쇼트'에 베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기관은 코스피200 선물을 1조5060억원어치 순매수했고, 코스닥150 선물은 3200억원 순매도했습니다. 다만 기관 투자자 내에서도 투자 주체별로 포지션 성격이 다를 수 있고, 투자 목적 외 헤지(위험 회피) 목적으로 선물을 매매하는 경우도 있어 해석에 주의해야 합니다.
최근 지수는 오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는 지수 상승률을 거꾸로 2배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면 복리 효과 때문에 손실도 크게 불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개인 투자자는 레버리지·인버스에 '역추세추종'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수익성이 좋은 자산은 매도하고, 수익성이 낮은 자산을 매수하는 방식"이라며 "추세가 형성된 구간에서 레버리지 ETF를 이용한 역추세추종 의사결정은 상당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