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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주' 연일 급등하는데…'포모 온다' 개미들 탄식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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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 올해 63% 상승
1분기 어닝 쇼크…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하반기 납품 일정 몰려 실적 반등 가능"
"유럽 재무장도 한국항공우주에 긍정적"

K방산주 수익률 경쟁에서 한국항공우주가 한발 뒤처졌다. 올 들어 주가가 60% 넘게 올랐지만, 호실적 잔치를 벌인 다른 방산주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방산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한국항공우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 한국항공우주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반기 완제기 납품 일정이 몰려있어서다.
외국인 한국항공우주 순매도, 방산 빅4 중 유일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국항공우주는 63.57% 올랐다. 코스피 상승률(28.76%)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160.96%), 현대로템(304.43%), LIG넥스원(143.99%) 등 방산 대형주가 2배 이상 오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한국항공우주와 이들은 K방산 '빅4'로 불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가총액은 작년 말 14조8822억원에서 현재 39조6815억원으로 25조원가량 불었다. 현대로템, LIG넥스원의 시가총액도 각각 16조원, 7조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의 시가총액은 약 3조5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LIG넥스원에는 시가총액 순위도 역전당했다.

방산주를 연일 사들였던 외국인도 한국항공우주는 외면했다. 상반기 외국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5233억원 순매수했다. LIG넥스원도 4991억원, 현대로템도 2641억원어치 사들였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는 352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기관이 한국항공우주를 317억원 순매수했다. 개인은 2억원가량 매입하는 데 그쳤다.

실적 실망감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의 1분기 영업이익은 468억원을 기록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21.4% 밑돈 '어닝 쇼크'였다. 매출액도 전년 동기 5.5% 감소한 6993억원을 기록했다.

방산 빅4 가운데 어닝 쇼크(영업이익 기준)를 낸 회사는 한국항공우주가 유일했다. LIG넥스원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36억원으로 컨센서스를 75% 이상 웃돌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영업이익도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방산 ETF에서 한국항공우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고 있다. 작년 말 17.85%였던 PLUS K방산 ETF 내 한국항공우주의 편입 비중은 현재 13% 수준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TIGER K방산&우주 ETF의 한국항공우주 편입 비중도 20.37%에서 14.52%로 약 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가 고정익·회전익 기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전차·자주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주량이 적은 것처럼 보여 주가 수익률이 비교적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KF-21 양산 시점이 앞당겨졌더라면 주문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한국항공우주는 방위사업청과 KF-21 최초 양산 관련 잔여 계약을 체결했다.

하반기 납품 일정 몰려…실적 개선 가능
다만 전문가들은 하반기 한국항공우주가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둔다. 납품 일정이 하반기에 몰려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논리에서다. 흥국증권은 한국항공우주가 올해 완제기를 22대 납품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17대가 4분기 납품될 것으로 예상돼 매출 감소세는 일시적인 흐름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국항공우주도 1분기 실적 발표 후 연간 가이던스(목표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회사가 제시한 올해 매출액 전망치는 4조870억원, 수주액은 8조4590억원이다.

유럽이 재무장에 나선 점도 한국항공우주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압박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유럽의 방위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15억유로를 포함해 총 8000억유로 (약 1278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지출 계획을 발표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는 '신속한 납품'을 내세워 유럽 국가를 공략하고 있다"며 "단좌형(1인승) 기종도 개발하고 있어 F-5 같은 낡은 전투기를 운용하는 국가들에 KF-21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항공우주는 KF-21이 유럽 경쟁 기종 가격의 70~80% 수준이지만, 150%의 성능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정학적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한국항공우주 실적 모멘텀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나 연구원은 "FA-50과 같은 경공격기 수출 수주가 탄탄하고, 수리온 및 소형공격헬기 수주도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어 한국항공우주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며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수록 경공격기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FA-50은 T-50을 개량한 전투기다. 훈련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가 도입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했던 민항기 시장이 회복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한국항공우주는 미국의 코린스와 1400억원 규모의 민항기 부품 계약을 체결했다. 나 연구원은 "과거 항공기 동체 수요가 늘어나면 한국항공우주의 수익성도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며 "이런 부분이 부각되면 한국항공우주의 상대적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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