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가총액은 작년 말 14조8822억원에서 현재 39조6815억원으로 25조원가량 불었다. 현대로템, LIG넥스원의 시가총액도 각각 16조원, 7조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의 시가총액은 약 3조5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LIG넥스원에는 시가총액 순위도 역전당했다.
방산주를 연일 사들였던 외국인도 한국항공우주는 외면했다. 상반기 외국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5233억원 순매수했다. LIG넥스원도 4991억원, 현대로템도 2641억원어치 사들였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는 352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기관이 한국항공우주를 317억원 순매수했다. 개인은 2억원가량 매입하는 데 그쳤다.
실적 실망감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의 1분기 영업이익은 468억원을 기록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21.4% 밑돈 '어닝 쇼크'였다. 매출액도 전년 동기 5.5% 감소한 6993억원을 기록했다.
방산 빅4 가운데 어닝 쇼크(영업이익 기준)를 낸 회사는 한국항공우주가 유일했다. LIG넥스원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36억원으로 컨센서스를 75% 이상 웃돌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영업이익도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방산 ETF에서 한국항공우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고 있다. 작년 말 17.85%였던 PLUS K방산 ETF 내 한국항공우주의 편입 비중은 현재 13% 수준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TIGER K방산&우주 ETF의 한국항공우주 편입 비중도 20.37%에서 14.52%로 약 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가 고정익·회전익 기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전차·자주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주량이 적은 것처럼 보여 주가 수익률이 비교적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KF-21 양산 시점이 앞당겨졌더라면 주문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한국항공우주는 방위사업청과 KF-21 최초 양산 관련 잔여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이 재무장에 나선 점도 한국항공우주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압박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유럽의 방위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15억유로를 포함해 총 8000억유로 (약 1278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지출 계획을 발표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는 '신속한 납품'을 내세워 유럽 국가를 공략하고 있다"며 "단좌형(1인승) 기종도 개발하고 있어 F-5 같은 낡은 전투기를 운용하는 국가들에 KF-21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항공우주는 KF-21이 유럽 경쟁 기종 가격의 70~80% 수준이지만, 150%의 성능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정학적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한국항공우주 실적 모멘텀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나 연구원은 "FA-50과 같은 경공격기 수출 수주가 탄탄하고, 수리온 및 소형공격헬기 수주도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어 한국항공우주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며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수록 경공격기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FA-50은 T-50을 개량한 전투기다. 훈련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가 도입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했던 민항기 시장이 회복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한국항공우주는 미국의 코린스와 1400억원 규모의 민항기 부품 계약을 체결했다. 나 연구원은 "과거 항공기 동체 수요가 늘어나면 한국항공우주의 수익성도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며 "이런 부분이 부각되면 한국항공우주의 상대적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