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계열 대선후보 중 부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부산의 민심이 국민의힘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1년여 앞둔 지방선거에서 부산을 수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3~25일 3일간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PK)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6%, 국민의힘 28%로 각각 집계됐다. 양당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18%p(포인트) 차이다.
직전 조사(6월 9~11일)에서는 민주당 36%, 국민의힘 33%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었는데, 2주 만에 10%p 이상 격차가 확 벌어진 것이다. 더욱이 그 직전 조사(5월 19~21일)에서는 국민의힘 42%, 민주당 30%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었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한 달여 만에 민주당은 16%p 오르고, 국민의힘은 14%p 빠진 셈이다.

한때 보수정당 우세 지역이라고 불리던 부산이 이처럼 순식간에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급변하게 된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강력한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 초창기 허니문 시기에 다수 의석 여당까지 등에 업은 이 대통령은 최근 유일한 부산 민주당 의원인 전재수 의원을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지명한 데 이어 연내 해수부 부산 이전을 지시하는 등 부산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서는 2018년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PK에서 압승을 거둔 악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바닥 민심이 무서운 건데, 부산은 한 번 마음이 닫히면 공고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 때도 보수 정권에 너무나 실망했던 국민들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의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선택한 바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인 형국이다. 부산진구갑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에서 "부산 민심이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있어 긴장해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시간이다. 저희가 굉장히 불리한 여건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의석도 107석밖에 없다. 국민께 뭘 호소할 수 있나. 우리 당이 변화를 보여 '국민의힘이 망하도록 둬선 안 되겠다'는 심리가 생기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지낸 장성민 국민의힘 안산갑 당협위원장은 "새 정부의 전재수 해수부 장관 임명과 해수부 부산 이전 약속은 'TK 자민련'으로 고립돼 가는 국민의힘의 정치 지형을 보면서 PK 탈환에 적극 나서겠다는 정치 전략이 숨어있다"며 "만일 전재수 의원이 부산시장에 출마할 경우 여당의 부산시장 후보는 정부와 정치적 협업을 이뤄 부산에 대한 새로운 발전 전략을 쏟아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PK 민심 판도가 어떤 흐름을 탈 것인지,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했다.
기사에서 언급한 NBS 조사는 국내 통신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8.3%,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