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연금 가입 고민하는 분들 많으시죠. 주택연금은 개인이 소유한 집을 공기업인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담보로 맡기고 그대로 살기만 하면 죽을 때까지 매달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 제도입니다. 노후에 별다른 노동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꾸준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 보니 가입자가 작년 10월 말 기준 13만명을 넘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이용하고 있는 제도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제도가 바로 주택연금입니다. 주택연금 가입 조건에 분명한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조건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택연금 가입 대상 주택의 공시가격이 12억원 이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주택자라면 소유한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액수가 12억원 이하여야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12억원의 공시가격은 시세 기준으로는 약 17~18억원입니다. 즉, 이렇게 고가주택을 보유한 분들은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2억원 이상인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은 올해 1월 1일 기준 국내에 총 31만8308호 존재합니다. 전체 공동주택의 2%를 차지하죠.
이처럼 가진 자산이라곤 집 한 채가 전부이면서 소득은 없는데, 살고 있는 집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분들은 참 억울하겠죠. 비싼 집 팔고 작고 저렴한 집으로 이사가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거동도 불편한 노후에 생판 모르던 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주택연금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도 살던 집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현금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습니다. 바로 민간 금융기관이 판매하는 '역모기지'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말이 좀 어렵죠. 모기지(mortgage) 또는 모기지론(mortgage loan)은 흔히 말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합니다. 한번에 큰 금액을 빌리고, 만기까지 원리금을 조금씩 나눠 갚아서 결국 처음에 빌린 큰 금액을 모두 상환하는 방식이죠. 이런 모기지에 한자로 '거스를 역(逆)'을 붙인 단어가 역모기지입니다. 역모기지는 한 번에 큰 금액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만기까지 조금씩 대출을 나눠 받고, 만기에 그동안 받아온 돈을 이자까지 합쳐서 한꺼번에 갚는 금융상품을 의미합니다.
엄밀히 말해 사회보장 제도인 주택연금도 역모기지입니다.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받는 현금은 모두 대출이란 뜻이죠. 하지만 살아 생전에 갚을 필요가 없는 대출입니다. 나중에 가입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하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살던 집을 처분해 대출금에 이자를 더해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죽기 전까지 주택연금으로 받은 금액보다 처분된 집값이 더 많다면 차액이 자식에게 상속되기까지 하죠. 집값보다 주택연금으로 살아생전에 받은 금액이 더 큰 경우도 있지만 자식에게 아무런 부담이 전가되지 않고, 모든 손해는 국가가 부담합니다. 이에 주택연금 가입자는 살아생전에 주택연금으로 매달 받는 돈이 대출일지라도 갚을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아도 되죠.

그런데 민간 역모기지는 주택연금과는 상품 구조가 조금 다릅니다. 우선 민간 역모기지는 일반적으로 평생 지급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만기가 명확하게 설정돼 있죠.
상품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민간 역모기지 상품은 만기가 최대 30년입니다. 30년이 경과하면 그동안 매달 받았던 모든 돈에 이자까지 합쳐서 은행에 갚아야 합니다. 만약 한 번에 갚지 못한다면, 은행이 집을 빼앗습니다. 계약 당시 담보로 집을 맡겼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이에 계약 만기에 이르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가입자는 강제로 퇴거조치 당하거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오래 살면 살수록 주거 안정성이 낮아지는 셈입니다.
심지어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은 계약 당시 정한 만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30년간 매달 일정한 금액을 받기로 약속하고 가입한 금융상품인데, 금융사가 25년만 연금(대출금)을 지급하고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한은행이 판매하는 자체 역모기지론 '미래설계 크레바스 주택연금대출'의 상품설명을 보면, '담보가치의 하락, 대출금리의 상승, 대출금 추가 지급에 따라 대출 원리금이 약정금액에 도달할 경우에는 대출금 지급이 조기 종료될 수 있습니다.'라고 나옵니다.
반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주택연금은 한 번 가입하면 죽을 때까지 연금이 지급됩니다. 만약 배우자가 있다면 본인이 사망한 이후라도 배우자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연금이 배우자에게 지급됩니다. 배우자까지 모두 사망하면 해당 주택을 주택금융공사가 소유하게 되지만, 어차피 죽고 난 이후니까 상관 없겠죠. 주거 안정성이 민간 역모기지에 비해 높은 것입니다.
이처럼 민간 역모기지는 공기업이 운영하는 주택연금에 비해 주거 안정성이 떨어지고 평생 지급 역시 보장되지 않아 지금까지 가입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었습니다. 주택연금과 달리 민간 역모기지는 집값과 다주택 여부와 무관하게 가입이 가능했는데도 말이죠.
그런데 최근 평생 지급을 보장하는 민간 역모기지 상품이 하나 출시됐습니다. 바로 하나생명·하나은행이 지난 5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입니다. 이 상품은 독특하게 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으로만 가입이 가능합니다. 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대상으로 판매되면서 가입자가 죽을 때까지 지급을 보장하는 국내 최초의 역모기지 상품입니다. 집값이 비싸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주거 안정성까지 더해진 역모기지 선택지가 하나 생긴 셈이죠.
새롭게 출시된 상품인 만큼, 주택연금과 비교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우선 가입해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겠죠. 역모기지 상품의 월수령액을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바로 가입 당시의 나이와 집값, 금리죠. 가입 시점의 나이가 많을수록, 집값이 비쌀수록, 금리가 낮을수록 평생 받는 월수령액이 큽니다.
사례를 들어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65세에 시세가 20억원인 아파트로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에 가입하는 A씨는 죽을 때까지 매달 약 360만원을 받습니다. 반면 시세가 절반인 10억원인 집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65세 B씨는 매달 242만원을 받습니다.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시죠. A씨가 소유한 집값(20억원)이 B씨가 소유한 주택(10억원)의 2배인데, 매달 받는 연금 수령액은 1.5배에 그칩니다. 가입 당시 나이가 같은데도 말이죠. 이건 바로 매달 지급되는 연금에 적용되는 금리 차이 때문에 발생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판매하는 주택연금에 적용되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낮은 집값의 주택으로 가입해도 민간 역모기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연금을 받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주택연금은 적용금리를 '기준금리+가산금리'로 정합니다.
주택연금의 기준금리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또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중 하나로 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가산금리는 CD금리를 택할 때는 1.1%포인트,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택하면 0.85%포인트가 붙습니다. 만약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택하면 가장 최근에 발표된 지난 5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2.63%)에 0.85%포인트를 더한 연 3.48%가 금리로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이 좋지 않은 선택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공시가격 12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고령자에게 새로 출시된 민간 역모기지는 분명 유용한 현금 창출 수단입니다. 다른 은행의 상품과 달리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면서도 말입니다. 다만 사회보장 제도로 운영되는 주택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용 금리가 높다는 점도 충분히 인지하면 어떠한 선택을 하든 합리적 선택에 보다 가까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