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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은 위대한 지휘자…그의 섬세함이 라 스칼라의 미래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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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명가' 라 스칼라 극장장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 인터뷰

"정명훈, 150년 전 음악도 현대적으로 해석"
"라 스칼라 이끌 적임자…이사회 만장일치"

2027년 개관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 협업
"라 스칼라 참여 논의 이르지만, 가능성 있어"



“정명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자 중 한 명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우리 세대에서 조금은 오래된 것, 옛날 것처럼 여겨지지만, 정명훈은 150년 전에 만들어진 베토벤이나 베르디 작품도 마치 오늘날의 음악처럼 매우 현대적으로 들리도록 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재능이죠.”

이탈리아 오페라 최고의 명가(名家)인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 극장장(65)은 지난 21일 부산 연지동 부산콘서트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월 라 스칼라 극장장으로 취임한 그는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의 예술감독(2007~2017년), 총감독(2017~2025년)을 지내며 정명훈과 십여년간 호흡을 맞춘 사이이자, 라 스칼라 극장 차기 음악감독으로 정명훈을 이사회에 추천한 인물이다. 그는 "라 스칼라가 미래에 더 열린 극장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지휘자"라고 덧붙였다.



오르톰비나 극장장은 정명훈이 예술감독을 맡은 부산콘서트홀 개관 공연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차기 음악감독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일은 오케스트라, 합창단과 관계가 좋은 지휘자인 동시에 어떤 예술적인 프로젝트도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는 지휘자를 찾는 것이었어요. 오페라와 교향곡의 방대한 레퍼토리를 모두 섭렵한 정명훈은 그에 가장 적합한 음악가였죠.”

1778년 개관한 라 스칼라 극장은 베르디 ‘나부코’ ‘오텔로’, 벨리니 ‘노르마’, 푸치니 ‘나비 부인’ ‘투란도트’ 등 전설적 작곡가의 걸작 오페라가 대거 초연된 명문 극장이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음악감독을 지낸 극장으로도 유명하다. 지난달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정명훈은 리카르도 샤이의 후임으로 2027년에 정식으로 취임한다. 아시아인 지휘자가 음악감독에 선임된 건 이 극장 247년 역사상 처음이다.

오르톰비나 극장장은 “20~30년 전이라면 (차기 음악감독이) 이탈리아인이 아니란 이유로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겠지만,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명훈을 제안한 건 나지만, 음악감독 선임안은 밀라노 시장을 포함한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승인됐다”고 말했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 역대 음악감독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공연(오페라 84차례, 음악회 141회)을 지휘한 정명훈은 우리에게 이미 이탈리아인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끼리 ‘정명훈은 전생에 이탈리아인이었을 것’이란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그를 가깝게 느끼고 있었죠(웃음).”

오르톰비나 극장장은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밀라노가 폐허가 됐을 때 병원, 학교보다 먼저 복원이 논의된 게 라 스칼라 극장이었다”며 “오페라하우스가 성공하기 위해선 수준 높은 음악이 마련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이는 의무일 뿐 진정한 목표는 그 도시의 모든 시민이 오페라하우스를 ‘우리의 것’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 스칼라 극장의 재정은 정부 예산과 티켓 판매 수익, 후원금이 각각 3분의 1씩 부담하고 있다”며 “국가의 지원 못지않게 극장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스폰서를 확보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르톰비나 극장장은 라 스칼라 극장과 부산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의 협업 계획에 대해선 “정명훈은 부산에서 태어났고, 이 도시를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오는 9월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면서 부산과의 프로젝트가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에 라 스칼라 극장이 참여하는 것을 논의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며 “일단 라 스칼라 극장 시즌 오프닝 무대는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2030년까지 정명훈과 함께 라 스칼라 극장을 이끄는 그는 “5년 뒤 밀라노 시민 중 라 스칼라를 못 가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예술을 넘어 사회적인 이 프로젝트를 위해선 ‘베르디의 음악을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가장 핵심일 겁니다. 정명훈의 섬세함이 그 해답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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