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 10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유리용기 화장품은 투명유리병 제조-색유리 가공-플라스틱 사출의 과정을 통해 용기를 확보한다. 에스엠씨지는 투명유리병만 만드는 경쟁사와 달리 토털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직접 유리용기를 만들고 나머지 외주제작(디자인 및 금형은 에스엠씨지)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체 금형은 710종 보유해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의 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경쟁력이다. 어느 고객사든 화장품 개발·생산 시간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7일 코스닥 상장(스팩 합병)했는데, 본사는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양성로 134-13에 있다. 1998년 12월 30일 설립됐는데 포장용 유리용기 제조업을 영위 중이다. 현재 28년 업력을 자랑하며 2003년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1차 협력업체로 등록됐고 2021년 로레알과 존슨앤존슨 유리용기 협력업체 공장으로 등록됐다. 1분기 기준 자본금 18억4000만원에 공장 자동화로 임직원은 65명 수준이다.

시골에 있는 회사지만 로레알, 존슨앤존슨, 글로우 레시피 등 해외 50개 업체와 거래하고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에이피알, 달바글로벌, 클리오 등 국내 300개 업체와 실적이 있다. 플라스틱 사출용기를 만드는 연우와 펌텍코리아와는 차이점이 있다. 국내 점유율은 약 40% 이상, 글로벌은 3% 수준이다. 국내 경쟁사로는 영일유리공업과 베르상스퍼시픽이 있다.


그 이유에 대해 “K뷰티가 전 세계를 질주하고 있는데, 용기는 화장품 산업의 필수재에 해당한다”며 “투명용기, 유색용기, 부자재(캡, 펌프, 스포이드 등) 영업 강화로 실적이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1분기엔 매출 132억원(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 영업이익 10억원(25% 증가)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색조 화장품 시장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2023년 777억3000만달러에서 2032년 1281억1000만달러로 64.81% 커진다”며 “색조 전용 다양한 프리몰드(범용 금형) 및 부자재를 보유해 매출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색조 화장품 용기는 예전 파운데이션, 베이스 라인이 주류였는데 마스카라, 립스틱, 패드까지 넓혀지며 유리용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마스카라의 경우 유리용기를 쓰면 감량률이 사실상 제로다. 샤넬 등 명품 브랜드들이 친환경 열풍으로 유리용기를 쓰고 있는 것도 호재다.

또 “경기를 타지 않는 스몰 럭셔리 열풍의 주역 향수 시장은 2023년 480억5000만달러에서 2032년 775억2000만달러로 61.33% 커진다”며 “작년 국내 시장은 1조원 규모로 다양한 브랜드사들의 진출 경쟁 땐 고부가가치 제품에 해당하는 향수 용기가 실적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엠씨지는 국내 유일 고중량(350g) 향수병 제병이 가능하다. 특히 니치 향수(소수를 위한 프리미엄 향수)는 별도 금형 제작과 특수 화염처리 기술이 필요한데 고객사 맞춤 대응이 용이하다. 유리용기에 대한 투명도와 성형 기술이 수준급이라 글로벌 고객사가 늘고 있다는 게 김용배 상무의 전언이다.

최 대표는 “지속적인 해외 박람회 및 전시회 참가를 통해 고객사 발굴을 확대하고 있고 글로벌 화장품 제조사 및 패키징 유통업체와 협력을 추진하며 신생 화장품 업체 시장 진입 땐 적극 협업 중이다”며 “전략적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 유리용기의 특성상 한 번 채택이 되면 단종 전까지 그 업체에 지속적으로 납품을 하게 된다”며 “지속 가능과 고급 이미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유리용기를 찾는 회사들이 많아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2022년 4280억달러에서 2027년 5850억달러로 연평균 6.4% 성장하는데, 화장품 용기 또한 같은 기간 430억달러에서 590억달러로 6.5%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총 주식 수는 1840만3305주로 최 대표(지분 29.91%) 외 특수관계인 4인이 지분 47.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사주 3.22%, 외국인 8.59%로 유통 물량은 사실상 40% 정도다. 1분기 기준 유동자산 275억원, 자본잉여금 276억원 있다. 부채비율 91.29%, 자본유보율 1714.12%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기업의 성장 단계와 시장 환경에 따라 다양한 주주친화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실적 확보 땐 배당을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투자 긍정 요인으로는 화장품 유리 용기가 글로벌 뷰티 산업 유행과 맞닿은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데, 고급화 및 차별화 패키징을 원하는 기업들이 에스엠씨지와 손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친환경 전기용해 설비를 기반으로 한 유리용기 생산 역량과 재활용 원료를 적극 활용한 제조 기술 덕분이다. 다만 K뷰티의 성장세가 꺾인다면 아직 해외 고객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에스엠씨지의 실적 또한 둔화될 수 있다.

주요 국가별 플라스틱 규제를 살펴보면 유럽은 2030년까지 포장재의 30%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전환하는 포장재 폐기물 지침을 시행했고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 수준을 연내 50%, 2030년 55%로 높일 계획이다. 미국은 2026년 1월부터 플라스틱 로드맵 2.0을 시행하는데 2030년까지 재활용 불가 플라스틱 사용 30% 감소와 모든 플라스틱 포장에 대해 평균 30%의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화가 골자다. 한국은 플라스틱 원료 생산자 재생원료 사용 목표율을 마련했는데 PET(페트) 등 최종 제품에도 재생원료 사용률 설정(2023년 2%, 2025년 10%, 2030년 30%)을 했다.


현재 400억원 주식 부자인 최 대표는 맨손으로 시가총액 1390억원 기업을 이끌고 있다. 1995년 6월 22사단을 제대한 그는 한 달 휴식기를 가진 후 7월 작은 아버지가 이끄는 소망유리공업사에 직원으로 들어간다. 당시 월급은 75만원이었는데 새벽 3시면 출근해 아침 5시30분에 근무를 시작했고 사실상 주 7일 근무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직원들이 30명 정도 됐는데 작은 아버지도 공장을 임대해서 사업을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는데, 1년을 버티면 오기가 생겨 또 1년, 그러다 10년을 하다보니 벌써 30년 경력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당시 공장 청소부터 유리 성형 기술, 배합 노하우 등을 터득해 30년 유리숙련공으로 거듭났다. 지금은 현장 직원들에게 일을 맡겼지만 여전히 영업은 그가 전면에 나선다.

2004년 작은 아버지가 별세하시며 이듬해 2005년 경기도 광주 공장을 8억원에 인수했다. 다만 수중에 돈이 없어서 정책 자금과 은행 대출 등으로 겨우 살 수 있었다. 그는 “직접 납품도 하고 현장에 있다 보니 자동화 공장에 대한 꿈이 있었다”며 “2007년 안성 공장 자동화로 투명도와 표면 관리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용해로에 대한 공부도 필요했고 대규모 설비투자 땐 자금난에 시달려 밤잠을 설쳤다는 게 그의 과거다. 고생한 만큼 보람도 있었다. 30년 유리숙련공인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편에 속한다. 이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에도 최 대표처럼 노하우를 가진 이가 드물어 글로벌 경쟁사들이 전시회 나갈 때마다 협업하자고 러브콜을 보낸다고 한다.

청춘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하나의 길을 선택했다면 자신의 능력을 믿고 끝까지 걸어가라”고 답했다. 그는 “한우물을 파면 성공 못할 건 없다”며 성실과 끈기를 주문했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플라스틱 규제 강화와 ESG 경영 확산으로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의 유리용기 채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색조 화장품 시장도 일부 채택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파유리 기반의 용기에서 얼만큼 투명도를 높이느냐가 기술력 차이이며 동사가 PCR(재활용 유리) 인증을 획득해 고급화 전략에서도 우위에 있을 것이다”고 판단했다.

그는 “자체 보유한 용해로는 약 2000억원까지 생산량 커버가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용해로가 365일 가동되기 때문에 많이 판매되는 제품들을 재고로 확보해 계약되는 물건이 있으면 판매하는 방식인데, 이에 따라 재고관리 및 지속 가동에 따른 비용들이 높은 편이다”고 했다. 그는 “최근 흐름에 발맞춰 매출 지속 성장 땐 영업 레버리지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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