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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아파트 경쟁력 떨어진다?…이유 들어봤더니 [강영연의 건축 그리고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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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현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인터뷰

“자율주행차의 등장이 도시를 다시 한번 완전히 바꿀 것입니다.”

윤승현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자동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중심의 도시로 진화해 온 것처럼 미래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도시건축학교에서 ‘건축사연'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한 윤 교수를 만났다.

윤 교수는 2004년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를 열고 20여년 간 꾸준히 건축의 공공성을 구현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도화동 복합청사, 북촌 홍현, 강화 바람언덕협동조합주택 등의 작품으로 다양한 건축상을 받았다.

윤 교수는 시민이 사는 주택과 도시는 자동차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스위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는 주장도 자동차의 시대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1923년 낸 ‘건축을 향하여’라는 책에서 “만약 주거의 문제가 자동차의 차대를 연구한 것처럼 연구됐다면 우리의 주택은 신속하게 변화되고 개선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만약 주택이 자동차처럼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됐다면 예상치 않았으나 건전하고 정당화될 수 있는 형태가 신속하게 나타났을 것이고, 놀랍도록 정확하고 새로운 미학이 공식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빛나는 도시라는 마스터 플랜을 제시했는데, 지금의 도시와 닮아 있다. 속도와 경쟁의 효율을 높여야 하는 도시는 1층은 자동차를 위한 공간으로 두고, 사람은 그 위에 네모반듯한 건물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이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인 셈이다. 윤 교수는 “아파트가 없는 지역도 복잡한 길과 건축물이 엉켜있고, 입간판을 비롯한 모든 시설이 자동차의 시선에 맞춰져 있다”며 “모든 도시가 자동차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런 흐름이 자율주행차의 도입으로 크게 변화할 것으로 봤다. 세상이 마차의 도시에서 자동차의 도시로 가는데 자동차 혁명이 있듯이 또다시 자율주행 자동차의 혁명이 조만간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집 앞에 주차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와서 이동시켜주는 형태의 혁명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자동차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율주행 자동차가 발이 되면 가로는 지금보다 훨씬 좁아져도 효율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며 가로에 다시 변혁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교수는 가장 큰 변화로 거리를 두고 넓어지던 도시가 다시 연결되고 가까워지는 것을 꼽았다. 그는 "압축된 도보권 기반의 마을 생활권이 재정비되고 이웃 마을과의 연계가 강화될 것"이라며 "광역 미리 교통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보행 중심의 마을 생활권이 활성화되면서 다핵화된 도시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공공공간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봤다. 그는 공공공간의 구성에 따라 사회적 갈등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고 봤다. 예로 든 것은 아이슬란드의 수영장과 1930년대부터 만들어진 뉴욕의 수영장이었다. 먼저 아이슬란드 주민은 퇴근 후에 집으로 가기보다는 수영장으로 향하는데, 그 안에서 정치인, 청소부, 어린아이, 노인 등이 모두 모인다고 했다. 윤 교수는 “아이슬란드는 인구 39만명의 작은 나라로 국민소득이 한국의 2배에 달하지만 사회적 갈등이 거의 없다”며 “1950년대부터 만들어져 1000개가 넘은 공공수영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의 수영장은 반대다. 윤 교수는 “노동자의 땀 냄새를 방지하기 위해서 수영장을 조성했고, 부자는 이곳에 가지 않기 위해 멤버스 클럽을 만들었고 사회적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모두에게 열린 공공공간을 얼마나 잘 만드는가에 따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작더라도 구성원이 서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있느냐가 도시환경의 질을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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