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가까이 소규모 사옥을 지어온 주익현 CIID 대표 건축가는 “일터에 놀이공간을 만드는 것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도시건축학교에서 ‘소규모 사옥, 일과 삶을 담는 작은 건축’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주 건축가를 만났다. 홍익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한 주 대표는 2017년 CIID를 설립했다. 지난해와 올해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상, 지난해 IF 디자인 어워드 파이널리스트를 받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인 구글 하면 '구글캠퍼스'가 떠오른다. 놀이공간부터 식당, 휴식 공간까지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어 회사가 아닌 대학 캠퍼스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 구글캠퍼스는 직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구글이 창의성과 독창성, 자율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알리는 홍보 효과까지 내고 있다. 회사에 사옥은 그런 곳이다. 일하는 공간이 동시에 회사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까지 얻는다.
구글과 같은 대기업만 사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건축업계에서는 연면적 1000㎡ 이하의 사옥을 '소규모 사옥'으로 분류한다. 높으면 4~5층 정도, 낮으면 3층 정도의 작은 건물을 지어 사옥으로 사용하는 기업도 많다.
기업이 왜 사옥을 짓는 것일까. 주 건축가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더 많은 성과를 내게 하려는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공간이 주는 힘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려는 것. 그것이 사옥을 짓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옥을 짓게 되면 회사에 맞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직원의 일에 맞게 맞출 수도 있고, 동시에 방문자에게 회사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회의가 많은 회사라면 사무실 중간에 회의 공간을 놓고, 화장품 회사라면 1층 로비 공간에 화장품 체험 공간을 만드는 식이다.
주 건축가는 “현실적으로 자산 관리 측면에서도 사옥을 짓는 것이 나을 수 있다”며 “레버리지를 활용해 입지가 좋은 곳에 건물을 짓는 것이 목 좋은 곳에 있는 오피스 빌딩에 월세를 내는 것도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가까이 소규모 사옥을 지어온 주 건축가는 사옥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직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구성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옥을 짓는 건축주가 아닌,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초점을 맞춰야 알맞은 공간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는 “놀이공간이나 휴게공간을 만드는 것 역시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일터에 왜 이런 공간이 필요한지,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계단, 옥상 등 외부공간은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는 “계단 등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전화 통화도 할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 두면 그만큼 쓸모가 있다”며 “이때 시점에 따라 다른 풍광이 펼쳐지게 만들어둔다면 직원의 창의성 등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옥 1층은 기업 정체성을 드러내는 곳으로 고객, 방문자, 지역과 만날 수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페 등으로 꾸며 직원 미팅, 손님맞이 공간으로 쓸 수도 있고, 기업 홍보 영상을 틀고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도 있다. 주 건축가는 "과거 건폐율이 지금보다 높을 때 지어진 건물이라면 신축보다는 증축,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노후한 부분을 철거하고, 입면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