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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월 CPI 둔화…美기업들 관세 비용 흡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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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관세전 선적한 재고 충분+가격인상 소극적"
슈퍼코어 서비스 물가 안정등 인플레 둔화 기여
"트럼프의 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 거세질 것"

경제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11일(현지시간) 미국의 5월 물가 상승률이 전 달보다 0.1% 상승에 그치면서 미국 물가에는 아직 관세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5월부터는 일부 기업들이 부분적으로 수입 상품에 가격을 전가함에 따라 5월 헤드라인 CPI는 0.2%p 상승한 연 2.4%, 핵심CPI는 0.3% 올라 연 2.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이 날 미 노동부는 헤드라인 CPI가 0.1%p, 핵심CPI도 0.1% 상승에 그쳐 헤드라인 CPI 2.4%, 핵심 CPI 2.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서비스 물가의 가격 하락이 인플레 둔화에 기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특히 주거비를 제외한 ‘슈퍼코어 서비스업 지수'가 0.06% 상승에 그쳤다. 2022년 물가 상승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이 지수의 월별 상승률은 0.31%에서 0.96% 사이였다.

5월중 에너지 가격이 크게 내린 것도 물가 안정에 기여를 했다. 가솔린 비용이 한 달 사이에 2.6% 대폭 내리는 등 연간 12%나 떨어졌다. 작년 말부터 상승세를 지속해온 공공 가스 서비스 가격이 5월중 갑자기 1%나 떨어졌다. 중고차 및 트럭 가격도 내렸고 항공료 등 일부 서비스는 소비 심리 위축과 정부 부문의 수요 감소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전체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아직 안심하기에 이르다고 지적했다.

CIBC 캐피털 마켓의 경제학자 알리 제프리는 “기업이 관세를 감수하면서 무역전쟁 초기 단계를 관리하려고 노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아직 안전하다고 단언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 인상이 유지될 경우에는 근원 물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1% p 상승하고 GDP는 0.5% p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CMC 마켓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요헨 스탄즐도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떨쳐낼 수 있을 것이며 주식 강세론자들에게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몇 가지 변수도 작용했다.

트럼프가 4월초 발표한 국가별 상호 관세의 상당 부분이 보류됐다. 향후 관세 인하 가능성을 고려해 기업들의 상품 가격 인상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사상 최고의 상품 무역적자를 기록한 1분기에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시행 전에 선적을 대거 앞당겨 많은 물품 재고를 확보했었다. 애플의 경우 인도 공장에서 아이폰을 비행기로 긴급 공수하기도 할 정도였다.

최근 몇 년간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에 민감해진 점을 감안할 때 기업들이 관세 비용 전가를 최대한 늦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정부가 가격 인상에 대해 기업들에게 압박을 넣고 있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최대 오프라인 소매업체인 월마트가 실적 발표를 하면서 관세로 인해 상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하자 “(관세 비용을)회사가 먹으라”면서 월마트를 공격했다.

이에 앞서 아마존닷컴이 마켓 플레이스 사이트에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표시하려 하자, 정치적 행위라며 백악관이 아마존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와 마찰을 빚기 원치 않는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최대한 미루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5월 CPI 데이터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에 의한 물가의 영향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연준에 대해 트럼프가 금리 인하 압박을 더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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