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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에서 만나는 새로운 클래식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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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평창대관령음악제' 기자간담회
다음 달 23일부터 8월 2일까지 30차례 공연
"브리튼 실내악 오페라 <나사의 회전> 추천"
"가능한 모든 분들께 클래식 음악으로 다가간다"

“미처 몰랐던 아티스트, 채 몰랐던 명곡을 생각지 못한 조합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음악제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양성원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2004년 처음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올해로 22회를 맞는 한국 주요 음악제다. 바이올리니스트 강효가 초대 예술감독을 맡은 뒤 정명화·정경화 자매, 손열음을 거쳐 첼리스트인 양 감독이 2023년부터 이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한여름인 다음 달 23일부터 8월 2일까지 대관령 일대에서 열려 피서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이 행사의 매력이다.

신선한 곡들로 음악계 레퍼토리 늘린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상호 조화를 뜻하는 ‘인터 하모니’를 주제로 잡았다. 특정 작곡가나 시대를 조명하는 대신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전통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작품들을 다루기로 했다. 베토벤 관련 곡들로 프로그램을 짰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제미니아이, 바리에르, 쇼송, 포레 등 대중들에겐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곡가들의 곡을 대거 연주하기로 했다. 양 감독은 “한국 역사상 이렇게 많은 음악회가 열렸던 때가 없는데 몇 년이 지나면 지금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들이 고갈될 수 있다”며 “익숙한 명곡들 사이에 신선도가 있는 곡들을 선보이려 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강원 평창 알펜시아콘서트홀에서만 21개가 열린다. 동해문화예술회관, 대관령성당, 강릉아트센터 등 강원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을 더하면 30개에 이른다. 이 중 양 감독이 강력히 추천한 공연은 영국 작곡가인 브리튼이 실내악용으로 만든 오페라인 <나사의 회전>이다. 한국 초연이다. 축제가 한창일 다음 달 30일 막이 열릴 이 오페라는 영국의 한 저택에서 가정교사가 유령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룬다. 축제에 참가하는 성악가들 중에서도 지금껏 이 곡을 들어본 적이 없던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신선한 곡이라고.



양 감독은 “나사의 회전엔 영국의 정서가 녹아있으서도 스코틀랜드 켈트 문화의 감성도 함께 녹아 있다”며 “16세기나 18세기의 화성이 들리는 듯하면서 20세기 초반의 작곡가가 만든 곡처럼 들리기도 하는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챔버 오케스트라(실내악단)를 위해 만들어진 오페라를 대도시에서 벗어나 평창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함께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평창 드림팀’ 만들어 현악·목관 실내악 공연

다음 달 23일 개막 공연에선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선보인다. 오페라와 현대음악을 고루 다뤄본 미국인 지휘자인 조너선 스톡해머가 악단을 이끌며 무게감을 잡기로 했다. 둘째 날 공연에선 2023년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찾았던 스페인 기타리스트 호세 마리아 가야르도 델 레이가 스페인, 아르헨티나, 독일 등의 주요 기타곡들을 연주한다. 같은 날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실내악단인 레 바스 레위니가 영국에서 영감을 받은 이탈리아 작곡가인 제미니아이, 이탈리아에서 영향 받은 프랑스 작곡가 바리에르의 곡들을 연주한다. 상호 조화를 추구하는 축제 주제와 어울리는 구성이다.

‘평창 드림팀’이란 이름으로 현악육중주와 목관오중주 공연도 선보인다. 현악육중주 공연으론 브람스의 현악육중주 2번과 차이콥스키 ‘피렌체의 추억’을 골랐다. 2018년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에서 동양인 최초로 악장이 됐던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을 비롯해 NHK심포니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인 레이 츠지모토, 23세에 홍콩 필하모닉 최연소 비올라 수석이 됐던 헝 웨이 황 등이 합을 맞춘다. 목관오중주는 단치, 마슬랜카, 닐센 등의 곡을 선보인다. 마슬랜카의 목관오중주 곡은 이번 공연이 아시아 첫 무대다.



젊은 연주자들을 키워내기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오는 8월 2일엔 실내악 멘토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주자들이 알펜시아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선배 음악가들이 후배들에게 조언해주는 프로그램인 대관령아카데미의 일환이다. 양 감독은 “멘토십 프로그램은 악기를 잘하고 콩쿠르를 잘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참가자들이 음악이란 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더 키울 수 있는 아카데미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찾아가는 음악회로 관객 접점 늘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는 관객 소통에도 신경을 썼다. 강릉에 있는 커피 전문점인 테라로사와 협업해 음악제 기간 동안 차와 다과를 즐기며 관객과 음악가가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도민들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는 공연들도 준비했다. 클라리네스트 4명과 타악기 연주자 1명이 팀을 이뤄 횡성, 태백, 양양 등의 예술회관이나 복지회관을 찾아가는 가족음악회를 다섯 차례 열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찾아가는 음악회도 철원, 평창, 강릉, 정선, 동해 등 5개 시·군에서 모두 9차례 연다. 지역 축제로 안착한 음악제에 사회적 의미를 더하려 한 결과다.

양 감독은 “클래식 음악이란 장르 내에서 가능한 모든 분들께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며 “할머니가 세 살짜리 손자, 손녀를 데려와 같이 들을 수 있는 음악회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민뿐 아니라 타 지역에 계신 분들도 음악이란 우리 유산을 다각도에서 깊게 즐기시면서 영감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며 “한국에선 그간 콩쿠르 1등만 빛을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2등, 3등을 한 음악가들이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오늘의 신문 - 2025.06.1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