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업계에 따르면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그룹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은 제네시스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전동화 파워트레인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전기차 캐즘은 자동차 산업 전체가 마주한 현실로, 흐름에 대응하고 혁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전기차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러 부사장은 전기차 캐즘이 제네시스의 연구개발(R&D) 전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당초 예상보다 전동화 전환이 훨씬 오래 걸리고 있다. 혁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며 "몇 년 전에 대담한 목표를 세웠을지라도 모든 고객이 전기차를 이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0% 전기차, 완전한 탄소 배출 제로가 가능해지기 전에 제네시스는 실질적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곧 새로운 전기차와 신형 모델,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하이브리드나 EREV가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후륜구동용 2.5L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으로, 업계는 2027년 제네시스 하이브리드가 본격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네시스뿐 아니라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전동화 투자를 보류하거나 늦추고 있다. 도요타는 최근 일본 후쿠오카현에 건설할 예정이었던 차세대 배터리 공장 건설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GM(제너럴 모터스)은 되레 최근 전동화 설비 전환을 추진하던 공장에 8억88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신형 가솔린 엔진을 생산하기로 했다고 전해졌다. 혼다도 최근 전기차 개발 계획을 축소했다.
전기차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경우도 늘었다. 대표적인 게 하이브리드와 EREV다. 하이브리드와 달리 EREV는 다소 생소하지만 최근 개발된 신기술은 아니다. 2011년 쉐보레도 볼트에 EREV를 탑재했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다 최근 전동화 국면에서 인프라나 주행거리 등 전기차의 단점이 부각되자 현실적 대안으로 EREV가 재차 떠오르고 있다.
EREV 시스템은 일반 하이브리드와는 달리, 내연기관 엔진이 주 동력원이지만 대용량 배터리로 차량을 구동하고 내연기관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로만 작동하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적 특성을 보이면서도 주행거리를 전기차 대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주행거리는 긴데 충전 인프라는 부족한 북미 등의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포드 등 유수의 완성차 기업들도 EREV 출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러 부사장은 EREV에 대해 "일종의 현대적인 하이브리드"라며 "일상에서는 전기차로 사용하다가, 차량이 내연기관의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굳이 전기차 충전소를 중심으로 경로를 짤 필요가 없다. 이 자유로움이 전 세계적 기대를 받고 있다"며 제네시스 탑재 가능성에 대해 열어뒀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