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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상장 나선 네슬레 관계사 세레신 "K바이오 생태계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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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산업 생태계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세레신을 시작으로 한국거래소를 찾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계속 늘어날 겁니다.”

찰스 스테이시 세레신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코스닥시장 상장에 나선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세계 1위 식품기업 네슬레의 바이오 분야 계열사인 세레신은 이날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상장에 성공하면 코스닥에 진입한 첫 글로벌 바이오기업이 된다.

2001년 미국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마시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CER-0001’(성분명 트리카프릴린)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은 물론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의 상장 환경을 비교한 끝에 한국을 택했다. 2023년 코스닥의 기술성 평가 문턱을 넘지 못해 한 차례 상장 일정이 미뤄졌다. 2년 만에 재도전할 정도로 한국 시장이 가치가 크다는 의미다.

스테이시 CEO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외과 의사로 근무한 뒤 바이오업계에서 20여 년간 이력을 쌓았다. 그는 “한국은 의료 시설이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뛰어난 인적 자원과 임상 역량을 갖췄다”며 “상장사 중 바이오기업 비중이 상당히 높고 혁신 기업을 위한 특례상장 제도도 잘 구축됐다”고 했다. 이 회사가 최근 3개월간 한국 내 인력을 두 배로 확대한 이유다.

세레신은 케톤으로 ‘난치성 뇌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뇌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포도당이 부족하면 대체 에너지로 체지방을 분해해 케톤을 쓴다. 기존 알츠하이머병 항체 치료제는 비싼 데다 뇌부종 등 부작용이 심하다. CER-0001은 약값이 저렴한 데다 안전해 의료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이번 상장으로 모은 자금을 활용해 임상 3상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세레신이 초점을 맞춘 것은 특정 단백질(APOE4)이 없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다. 한국 환자의 60~65%에 이른다. 앞선 2상 시험에서 환자들은 CER-0001을 투여한 지 45일 만에 기억력이 좋아졌다. 기존 항체 치료제가 18개월가량 걸려서야 달성한 효과다.

케톤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경계 질환군만 42종류에 이른다. ‘만병통치약’으로 자리 잡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당뇨·비만약처럼 확장성이 크다. 세레신은 시장성 등을 평가해 편두통, 영아연축을 후속 신약 개발 대상군으로 정했다. 이들 분야 임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스테이시 CEO는 “마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2029년께 출시할 것”이라며 “10년 뒤엔 신경계 질환 치료 분야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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