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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플로리다 부동산 시장…외국인 투자자 등 돌리나 [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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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한때 전 세계 부유층의 현금 투자처이자 세컨드 홈의 대명사로 각광받던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콘도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강화된 미국 이민 정책, 미·중 무역 갈등, 환율 변동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리며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플로리다주는 16년간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선호한 미국 내 부동산 투자처였습니다. 그런데 남부 플로리다 콘도 시장의 핵심 동력이던 외국인 구매자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마이애미 부동산 중개인 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남부 플로리다 지역에서 외국인 구매자의 주택 구매 비율은 전체 거래의 10%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2018년 50%에 달했던 수치와 비교하면 엄청난 하락이며,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남부 플로리다 외국인 구매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라틴 아메리카 투자자들은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리스크를 피해 미국 부동산을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왔는데, 이러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고금리, 높은 주택 가격, 그리고 미국의 새로운 이민 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나타나는 구조적인 변화로 보입니다.

과거 2007년 남부 플로리다 주택 거품이 터졌을 때 해외 투자자가 합리적인 가격과 낮은 이자율을 기회 삼아 대거 유입되면서 시장을 구한 선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민 및 관세 정책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이번에는 시장을 구하러 올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됩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투자에 대한 추가 과세와 이민 규제 강화를 추진하면서 외국인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1년 챔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붕괴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규제로 콘도 관리비와 특별 부담금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부터 콘도 관리비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과거에는 큰 수리비를 미룰 수 있었지만, 이제는 미리 적립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습니다. 급증하는 관리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소유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공급 과잉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마이애미 콘도 시장은 확실한 구매자 우위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콘도 시장에는 13.7개월치의 공급량이 존재하며, 2024년 콘도 및 타운하우스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5% 감소했습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의 재고는 전년 대비 43% 증가했고, 매물이 팔리기까지 평균 100일 이상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인한 허리케인 위험 증가와 보험료 급등이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플로리다의 주택소유자 보험료는 최대 400%까지 증가했고, 이는 콘도 소유 비용을 많이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매물이 나온 지금이야말로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물건을 찾을 수 있는 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아무 건물이나 투자해서는 안 됩니다. 건물이 안전검사를 받았는지, 관리비가 얼마나 오를지, 트럼프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더 규제할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마이애미는 여전히 기술 허브로서 성장하고 있고, 새로운 거주자와 투자자를 끌어들이며 강력한 시장의 기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시장에 새로운 변곡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섣부른 판단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주시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며, 자신에게 맞는 투자 기회를 신중하게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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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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