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앞으로 4년 동안 유례없는 불확실성과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선 까닭이다. 수요 둔화와 채산성 악화가 맞물리는 만큼 상당수 메이커가 공장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1990~2010년 이어진 ‘반도체 치킨게임’이 자동차 시장에서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9.1% 늘었지만 지난해 상승률은 26.1%에 그쳤다. BoA는 “전기차에 관한 ‘헤드 페이크’(head fake·교란지표)가 업체들의 자동차 생산 계획에 혼란을 불렀다”며 “포드뿐 아니라 다른 업체도 전기차 투자 손실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중국 지리자동차는 당분간 신규 시설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은 지난 7일 “세계 자동차산업은 심각한 생산 과잉 상태”라며 “새 공장을 짓거나 기존 생산 시설을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oA는 중국의 ‘전기차 바겐세일’도 위협 요소로 봤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체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가 지난달 23일 22개 차종을 대상으로 최대 34% 할인 계획을 내놓자 지리자동차, 창안자동차 등도 ‘맞불 할인’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중국이 부른 가격 인하 경쟁이 시차를 두고 미국·유럽 메이커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BYD가 지난해 1월 중국과 유럽 등에서 차값을 최대 15% 낮추자 테슬라도 10%가량 내렸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하이브리드카 중심 판매 전략을 세웠다. 현재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하이브리드카로 체력을 보충한 뒤 언제가 찾아올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현대 투싼을 비롯해 기아 셀토스와 텔루라이드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제네시스에도 GV80, GV80 쿠페, G80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