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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60주년' 맞은 韓·日…관계설정 고심 커지는 李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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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과거사 문제엔 원칙 대응
사회·문화·경제는 협력에 방점
양국 첫 정상회담이 '분수령'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도 이재명 대통령이 직면한 과제 중 하나다. 역대 정부에서도 한·일 관계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로 꼽혀왔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실용적 관점에서 대일 외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독도 등 영토 문제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되 사회·문화·경제 등 미래지향적 분야에서는 적극 협력하겠다는 취지다.

외교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금을 일본이 아닌 제3자가 변제하도록 한 조치를 지속할지 묻는 취재진 질의에 “국가 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답한 것이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보 시절 강조한 “일관되고 견고한 한·일 관계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원칙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본이 과거사나 영토 문제 등에 무리한 입장을 내놓으면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재명 정부는 일본과 가깝게 지낸 윤석열 정부, 일본과 거리를 둔 문재인 정부 모두와 다른 외교 노선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본에 대한 입장을 두고 국민들이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어 이 대통령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지속 여부는 지지층의 반발을 관리하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장 광복 80주년이 되는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연설을 두고 고민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광복절에 윤 전 대통령은 일본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비판받았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면 반일 감정을 불러일으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가에선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연내 양국이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매년 초·중·고 교과서 검정 때 과거 식민지 지배 사실을 왜곡·은폐한 역사 교과서를 승인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방위백서와 외교백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해왔다. 일본이 지난해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공언한 ‘조선인 강제 노역 역사를 기록하겠다’는 약속 이행을 두고도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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