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수요 억제보다는 시장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을 명확하게 시사한 메시지입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43·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선거운동 기간 동안 용산구를 찾아 한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보현 수석 연구원은 "그간 부동산 시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보유세 강화, 취득세 중과 등 세금 중심의 수요 억제책이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며 "이에 시장에선 △다주택자 매물 잠김에 따른 공급 부족 심화 △전세시장 불안 △법인·가족 간 쪼개기 거래 등 정책 의도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시장에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세금 중과 기조가 누그러진다면 시장에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거래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시장 진입 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의 정교함"이라면서 "모든 수요를 다시 자극하는 '완전한 완화' 카드를 꺼내면 시장을 다시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 투기 수요는 억누를 수 있는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생애 최초나 1주택 전환 시에는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되 단기 시세차익 목적의 보유엔 일정 부분 과세 기조를 유지하는 식의 '차등적 세제 조정'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진보 정권에선 집값이 오른다'는 질문에 대해 정 연구원은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김대중·
노무현·문재인 정부 등 진보 정권 시기 집값 상승률이 높았고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설엔 상대적으로 덜 오른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 흐름을 근거로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 있는 것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인과 관계는 표면적인 통계만 보고 해석하는 단편적 시각"이라면서 "집값은 정책의 성격뿐만 아니라 해당 시기의 금리 수준, 경기 사이클, 수급 구조, 글로벌 경제 여건, 인구 구조 변화 등 다양한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노무현 정부 시기엔 수도권 수요 증가와 초과 수요 문제가, 문재인 정부 초기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집값이 올랐고,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 박근혜 정부는 인구 구조 변화와 공급 누적으로 시장 자체가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원은 "이재명 정부는 진보 정권이란 틀에 있지만 현재 시장은 과거와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며 "입주 물량은 줄고 정비사업은 정책 불확실성 속에 진행 속도가 더디며 금리는 여전히 고점인 데다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낮아진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정권 초기인 만큼 '똘똘한 한 채' 시장 구조의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번 정부에서 단순하게 집값이 오른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시장의 구조적 조건과 정책의 실행력, 금리와 수급이 한꺼번에 엮이는 시기와 강도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특히 공급 정상화, 정비사업 속도, 금리 인하 시점, 전월세 상승 압력 등이 맞물려 시장에 영향을 주는지 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실수요자들 입장에선 "집을 대체 언제 사야 하느냐" 혹은 "언제 투자가 가능하겠느냐"가 관심사다.
그는 "무주택자의 경우 하반기 기회를 선점하되 지역을 선별해야 하는 게 핵심"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함께 정부의 공급 확대 기조가 예고됐지만 단기적인 전세 불안정성과 수도권 수급 부족은 여전히 지속 중이다. 서울 혹은 수도권 신축 또는 정비사업 기대 지역에 금리가 내리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접근하는 게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또 "지역별로 상승 탄력이 다르기 때문에 인프라와 수급이 안정적인 입지에 한정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다주택자에 대해선 "세제 변화를 지켜보면서 보유하거나 매도·매수 전략을 병행하는 게 유리해 보인다"며 "이재명 정부가 '세금으로 수요 억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 우려가 커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보유세나 양도세 중과 완화, 임대 사업자 제도 정상화 등이 병행된다면 임대 수익형 또는 정비사업 대상 부동산 중심으로 보유 매력이 커질 것"이라면서 "모든 자산을 지키기보다는 '운용' 전략으로 전환해 핵심지 위주 재정비 또는 고정 수익 구조가 가능한 상품 중심으로 재편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 완화(용적률·건폐율 상향) △고분양가 문제 해소 △공공기관·기업이 보유한 유휴부지 활용 △과도한 업무·상가 용지의 주택용지 전환 △주택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정비 사업'과 관련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정보현 연구원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체계를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라면서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주요 지역은 신축 선호 현상이 극심해지고 입주 물량은 감소세를 보이면서 수급 불균형이 구조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또 "이런 흐름 속에서 '용적률·건폐율 상향'이나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는 실질적인 공급 확충과 동시에 낙후 주거지의 재생을 병행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며 "대신 이런 정책이 단순한 양적 공급 확대에 그치지 않고 이주 수요 대응·기반시설 정비·지역 균형 등과 종합적으로 연계된 도시정책으로 설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재건축 활성화와 같은 신호는 즉시 시장의 기대 심리에 반영될 것"이라면서 "강남·여의도·목동·1기 신도시 등 정비사업 유망 지역은 추진 기대감만으로도 집주인 우위의 국지적 가격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하지만 이런 정책이 실제로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인허가, 이주, 착공 등 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수급 안정과 가격 상승 압력 완화에 기여하는 구조적 효과가 더 크다.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정비사업의 안정적 추진이 '공급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고 부연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