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의 핵심인 서비스업황이 1년 만에 위축 국면에 진입하고, 민간 고용이 둔화하면서 국채 금리가 대폭 하락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가 더해졌지만, 경기 둔화 우려로 주요 지수는 큰 힘을 받지 못했다.
현지시간 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1% 오른 5,970.8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32% 상승한 1만 9,460.49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은행, 에너지 기업 등의 하락으로 0.22% 내린 4만 2,427.74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공개된 미 경제 지표는 경기 둔화 우려를 크게 높였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가 5월 49.9로 한 달 전보다 1.7포인트 급락하며 거의 1년 만에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 기업 활동 위축과 함께 신규 주문이 5.9포인트 급락한 46.4를 기록해 2024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주문을 지연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서 나온 ADP 집계 민간 고용 보고서는 5월 일자리가 3만 7천 명 증가에 그쳤다. 두 달 연속 하락이자 2023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110,000명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제조업에서 3천 명이 줄었고, 전문서비스업도 1만 7천건이 감소하는 등 관세 영향과 임금에 민감한 직종에서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지표로 이날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는 10.3bp 내린 4.357%까지 밀려났고, 이번 주 한때 연 5%를 넘나들던 20년 만기 미 국채금리와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이날 연 4%대 후반으로 조정을 받았다.
● 트럼프와 각 세우는 머스크…소셜미디어로 예산안 뒤집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정부효율성위원회(DOGE) 특별공무원 사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을 향해 공격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는 머스크의 정치 발언과 함께 유럽 판매 실적 등이 뒤섞여 이날 3%가량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선 일론 머스크의 일련의 발언은 전날(3일),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법안,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역겨운 혐오물"이라 비난한 것에서 시작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엑스, 옛 트위터) 계정에 이틀간 20여개 이상의 글을 연달아 올려 해당 법안을 없애야 한다며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미 정부 부채를 후대 세대가 감당하거나 미국이 파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머스크는 영화 '킬 빌' 이미지에 빗대어 "미국을 부채 노예로 만드는 법안"이라며 미국 각 지역 유권자들에게 상원의원들과 하원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법안을 폐기시켜라(KILL the BILL)"라고 밝혔다.
미 의화외 시장에 큰 영향을 준 이번 발언이 있기까지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는 공고했다. 지난 달 말 정부 공식 업무 종료를 기념해 미 백악관 열쇠를 건네는 기념 발언까지 함께 진행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를 통해 머스크가 지난 월요일(2일) 통화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를 유지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가 하루 만에 정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며 기류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머스크의 이러한 우려는 오늘(4일) 발표된 의회예산처(CBO)의 재정적자 보고서로 파장이 더해졌다. 초당파 기구인 의회예산처는 향후 10년간 재정 적자가 2조 4,2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300조 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이번 감세안이 통과된다면 3조 6,700억 달러의 세금 감면이 이뤄지는데, 메디케이드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지출으로 같은 기간 1조 2,500억 달러를 보전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달 말 발표한 별도 보고서에서 CBO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10년간 2조 8,000억 달러의 세수를 가져다줄 것으로 추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세 수입액이 둔화해 경제성장 둔화 효과까지 고려하면 재정 적자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의 강경한 입장에 더해 초당파적인 미 의회예산처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공화당 내 분열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요구하고 있는 대표적 의원인 론 존슨 상원의원은 이날 오전 미 경제방송 CNBC 인터뷰에서 “우리 기성세대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도덕하다”면서 "제대로 고치지 않는 한 법안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강경파인 랜드 폴 상원의원도 머스크를 옹호하고서 "5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만드는 것은 크나 큰 실수"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설득에도 입장을 굽히지 않을 뜻을 밝혔다.
공화당 내 온건파 의원들이 어떻게든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현재 53대 47의 아슬아슬한 의회 구성에서 앞서 언급한 2명 외에 1명이라도 더 이탈한다면 법안 통과는 확신하기 어렵게 된다.

● 꼬이는 트럼프..예산안 못 풀면 8월말 셧다운 위기
백악관은 전날 머스크의 발언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도 이미 알고 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현재 추가된 발언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일요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부채 우려를 일축하고 7월까지 법안 통과에 힘을 실었지만, 현재 상태라면 협상 지연 혹은 8월 말로 다가온 미 연방정부 셧다운 수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한 이번 예산안을 두고 상원에서는 주지방세(SALT) 공제 한도를 4만 달러에서 낮추는 등 일부 부유층을 상대로 한 감세 항목을 손볼 계획을 내놓는 등 상황은 유동적이다.
예산안만 교착상태에 놓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실어온 관세 전쟁의 핵심 상대국인 중국과의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진핑을 좋아하지만, 그는 매우 강경하다"며 "협상하기가 극도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과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이번 주 중 양국 정상간 통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날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에서도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와 제재 조치들이 "근거없다"며 맞섰고, 미국은 관계 개선에 필요한 펜타닐 문제 등을 의제에 올렸지만 구체적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 엔비디아 시총 1위 굳히기..애플은 또 악재
뉴욕 증시에서 개별 종목 가운데 기술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시총 1위 자리를 지켰고, 하루 뒤 실적을 내놓을 예정인 브로드컴도 1%대 상승세를 보였다. 메타는 이번 주 공개한 맞춤형 광고 자동화와 VR 헤드셋용 할리우드 콘텐츠 확보 계획 등의 호재로 2.74% 급등했다. 아마존도 노스캐롤라이나에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1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상승했다. 유통 기업 가운데 코스트코는 5월 월간 매출이 209억 7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고, 온라인 주문을 통한 매출이 작년 5월 대비 11.6% 증가하는 등 관세 우려와 무관한 성장을 이어갔다.
반면 애플은 중국에서 알리바바와의 서비스 출시가 당국 규제로 지연된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출하량 전망치 하향 조정으로 압박을 받았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전날 공개한 1분기 실적은 월가의 컨센서스를 상회했지만 2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예상을 밑돌아 정규 거래에서 5% 넘게 하락했다. 또한 웰스파고는 7년간 이어진 연준의 자산 한도 제재에서 해제되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 우려로 은행주 전반이 하락하며 0.36%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