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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신제품 없어요"…소송 폭탄 피하려 힘 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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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WWDC '소규모' 전망
iOS 26 외 신제품 "공개 없어"
"소송 피하려 AI 공개 소극적"

애플이 매년 개최하는 '세계개발자대회(WWDC)'가 올해 비교적 소규모로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운영체제 'iOS 26' 등이 공개될 전망이지만 출시 준비를 마친 하드웨어 신제품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기반의 프로젝트도 연기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 인텔리전스' 과장 광고 논란으로 집단소송이 제기된 선례를 밟지 않으려는 의도 아니겠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 'WWDC25'에서 iOS 26·아이패드OS 26·맥OS 26·워치OS 26, tvOS 26, 비전OS 26 등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WWDC는 오는 9일(현지시간) 개최된다. 새 OS는 코드명 '솔라리움'으로 불리는 새로운 반투명 디자인을 갖췄단 전망이다.

하지만 별도의 하드웨어 관련 발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시 준비를 마친 신제품이 없다는 것. WWDC는 소프트웨어 발표에 초점을 맞춘 행사이긴 하지만 새로운 하드웨어가 공개될 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소규모로 치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주요 AI 프로젝트 일정이 연기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건강도우미'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멀버리' 프로젝트다.

멀버리 프로젝트는 애플의 건강 앱과 통합된 건강관리 앱을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멀버리는 애플 내부에서 붙인 코드명이다. 애플이 추진하는 장기 AI 프로젝트 중 하나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앱에 저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멀버리는 이르면 올해 출시돼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지능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주요 기능이 공개되려면 최소 1년이 더 남았다는 관측이 현지 정보기술(IT) 매체를 중심으로 업계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내년 봄 출시를 목표로 준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층 더 개인화된 AI 기능을 지원하는 '애플 인텔리전스 시리' 출시도 지연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열린 WWDC를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 시리 등을 공개했다. 이마저도 개발 일정이 밀리면서 아이폰16 시리즈를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었다.

실제로 국내에선 시민단체가 나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애플 인텔리전스 시리를 기대하고 아이폰16 시리즈를 구매했지만 해당 기능이 지원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현재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분쟁이 이어졌다. 캐나다에선 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AI 기능을 예고하고도 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미국에서도 아이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섰다.

애플은 아이폰16 시리즈 출시 전 애플 인텔리전스를 차별화된 강점으로 내세웠다. 정작 아이폰16 시리즈가 출시되자 아직 개발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추후 업데이트를 거쳐 지원하겠다고 안내했다.

iOS 26 등 새로운 OS를 긍정적으로 보는 평가도 적지 않겠지만 AI 분야의 혁신을 기대했던 사용자들 사이에선 실망스러운 반응이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애플은 LLM 기반의 시리를 대화형으로 개선하고 추론 능력을 갖추는 과정에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챗GPT 품질에 근접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챗봇 모델도 내부적으로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모델은 인터넷에 접속해 여러 출처에서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종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가 iOS 26 시리에 활용될 수도 있다. 시리·사파리 검색에서 퍼플렉시티 AI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시리 기능 지연으로 출시가 미뤄진 스마트홈 허브의 경우 초기 모습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안팎에선 애플이 개발이 진행 중인 AI 프로젝트를 섣불리 공개했다 집단소송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이번 WWDC를 통해 발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은 뉴스레터를 통해 "애플 직원들은 WWDC가 AI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애플이 오픈AI와 구글을 비롯한 생성형 AI 분야 선도 기업들을 따라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발표를 거의 하지 않을 것이고 애플의 단점이 더 명확해질 수 있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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