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등 조짐을 보이던 철강사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품목 관세율을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관세율이 장기간 유지될 경우 미국으로의 수출이 많지 않은 POSCO홀딩스와 현대제철의 실적도 타격을 받을 수 있고, 관련주 투자심리에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강관 관련주인 세아제강은 10.12% 급락한 15만1900원에, 휴스틸은 6.14% 내린 466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POSCO홀딩스(-2.4%), 현대제철(-1.6%), 동국제강(-4.04%) 등 철강 대형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미국이 수입산 철강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관련주 투자심리가 경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주의 US스틸 공장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한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2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뒤이어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하는 관세를 50%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인상된 관세율은 당장 이날부터 적용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미국 수출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앞서 철강주는 지난달 후반 들어 월말까지 반등 조짐을 보였다. KRX철강업종지수는 지난달 23일(1762.33)을 저점으로 같은달 말(1897.74)까지 7.68% 상승한 바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중국 정부가 내년 철강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철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 덕이다.
그러나 지난 2일에는 주요 철강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세아제강과 휴스틸처럼 ‘트럼프 트레이드’의 수혜주였던 강관 관련주들 주가가 한층 큰 폭으로 떨어진 점도 특징이다. 이들 종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의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수혜주로 꼽혔다.
이정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아제강은 전체 매출에서 미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0%가량으로 높은 편”이라며 “POSCO홀딩스와 현대제철 등 고로(용광로)를 운영하는 대형사들의 미국 수출 노출도는 5%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고율의 철강 품목관세 부과를 장기간 이어가면 글로벌 철강 수급이 교란돼 결국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지 않는 철강사들에도 피해가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제품 물량이 글로벌 시장으로 전이되면서 미국 이외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철강 수입규제 강화로 유럽연합(EU) 또한 수입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산 철강의 유럽 수출에서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미국 내 철강 시황도 악화될 것이란 분석도 눈길을 끈다. 앞서 품목관세 25%를 처음 부과한 뒤 미국 내 철강 가격이 급등해 철강 수요가 악화되고 있어서다. 미국 내 전기로 건설 계획을 밝혀 트럼프의 철강 보호무역 정책의 수혜주로 꼽힌 현대제철도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 정책 발표 이후 경기 침체 우려와 미·중 통상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로, 미국의 4월 자본재 신규주문 추이가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미 공급관리협회(ISM)제조업지수 역시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철강 분야에서의 미국발(發)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장재혁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철강 보호무역 정책은 러스트벨트(벤실베니아·오하이오·미시간 등) 지역의 철강공장의 노동자층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묶어두는 전략”이라며 “철강 관련 정책의 목적이 통상이 아닌 정치 동원이라면 내년 11월의 중간선거 이전까지 철강 관세는 쉽게 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